미국 하원은 4일(현지시간)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골자는 ‘원유 금수’ 조치, 즉 북한으로의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이전을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강력한 원유 금수 조치를 통해 북한의 경제 및 군사 동력을 끊겠다는 취지다.
북한은 에너지의 90%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제재가 중국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코트라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5년 중국으로부터 52만5,000톤의 원유를 수입했다.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 제한은 그동안 제재·압박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중국은 2003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원유 공급을 중단했으나 그 기간은 단 3일에 불과했다. 중국이 점차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점차 줄여갈 경우 이는 북한에 대한 비군사적 제재 중 최고의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쑨싱제 지린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지난달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석유 공급 중단은 최소 6개월간의 국제적인 석유 금수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쑨 교수는 “북한의 전략 비축유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없는 1∼2개월의 석유 금수 대신에 중국은 원유 공급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는 김정은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유 공급 제한은 대북 압박 정책의 차원에서 보면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후의 카드’로 불릴 만큼 강력하지만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더욱 강력한 카드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현실적으로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북한 내 사회 혼란을 유발하며 정권 유지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방치된 송유관 시설에 피해를 줄 가능성도 크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의 제재 법안은 중국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북 협상 시 압박 카드로 활용되거나 공급량 일부를 줄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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