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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①] 잘 만들어진 ‘시카고 타자기’…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신흥 드라마왕국으로 불리는 tvN의 상반기 기대작 ‘시카고 타자기’의 성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다. 평균 2%대에 머물고 있는 ‘시카고 타자기’의 성적은 어떻게 봐도 ‘좋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시카고 타자기’를 가리켜 실패한 드라마, 혹은 잘못 만든 드라마라고 보기는 어렵다. 초반 ‘떡밥 없이’ 다소 난해한 내용들을 풀어내다보니 대중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어도, 뒤로 갈수록 드라마의 축을 이루는 뼈대를 드러내며 몰입도를 점점 높이면서 ‘드라마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는 성공했으니 말이다.

사진=‘시카고 타자기’ 캡처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는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 분)와 그의 이름 뒤에 숨은 단어 그대로 진짜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 분), 한세주의 첫 번째 팬이자 작가 덕후 전설(임수정 분) 세 남녀가 의문의 오래된 타자기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로맨스를 그리는 작품이다.

‘시카고 타자기’의 근간을 이루는 시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가 살아가는 2017년의 대한민국과 1930년 일제강점기 시절이다. 전환점을 돈 ‘시카고 타자기’는 이전까지 2017년의 한세주를 중심으로 전설과 유진오가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후에는 1930년의 전생이 본격적으로 그려질 전망이다.

전생이 본격적으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카고 타자기’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현재’의 연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타임슬립 보다는 전생으로 불리는 과거의 일들이 2017년 현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시카고 타자기’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은 바로 한세주와 전설, 그리고 유령 유진오의 광화문 구경이었다. 한세주, 전설과 달리 유진오는 유일하게 환생을 하지 못한 인물이다. 영혼은 2017년에 있지만, 모든 기억과 사고방식은 1930년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유진오는 조선총독부가 사라진 광화문을 바라보며 “정말 없어졌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바칠 게 청춘밖에 없어서. 수많은 젊음이 별처럼 사라졌는데 해냈다. 우리가. 나도 2017년에 살고 싶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살고 싶다”고 감격하는 장면은 현대를 살아가는 안방극장에 깊을 울림을 던져준다.

사진=‘시카고 타자기’ 포스터


그리고 이 같은 울림은 “어느 시대든 인생은 고역이야.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세상은 없어. 늘 문제가 있고 저항할 일들이 생겨. 부딪치고 싸우고 투쟁하고 쟁취하면서 그렇게 만들어가는 세상만 있을 뿐이야. 고생했어. 당신들이 바친 청춘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 그 때 바친 청춘들에게 전해줘. 고생했다고. 이만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라는 한세주의 대사와 마주하면서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라를 위해 바칠 것이 청춘밖에 없어 목숨을 걸었던 과거와, 일제치하에서 벗어났지만 또 다른 문제들로 끊임없이 촛불을 들며 저항하는 현재, 그러면서도 ‘지금’에 감사하며 과거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현재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만든 것이다.



‘시카고 타자기’는 사실 누가 봐도 잘 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설을 연기하는 임수정의 경우 1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컴백했을 뿐 아니라, 상대배우는 그 유명한 유아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대본을 집필하는 작가는 ‘경성스캔들’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의 작품으로 많은 드라마 팬을 양산한 진수완 작가이다. 그야말로 ‘드라마 드림팀’을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시청률은 1~2%대에 머물고 있다. ‘시카고 타자기’가 시청률을 놓친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초반을 너무 어렵게 그리면서 시청자이탈을 불렀다는 것이다. ‘시카고 타자기’를 시청하는 많은 이들은 “1, 2회 보고 어려워서 안 보다 최근 다시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뒷내용을 보니 이제야 앞의 내용들이 이해가 간다.” “뿌려놓았던 떡밥을 일찍 거둬들였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 등과 같은 반응을 모으고 있다. 5월 장미대전을 피하기 위해 이어졌던 ‘결방’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이 같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작품 자체만 봤을 때 ‘시카고 타자기’는 나쁘지 않은 드라마다. 복합적인 인물들이 보여주는 복잡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연기하는 배우들부터 탄탄한 복선을 자랑하는 대본, 여기에 보는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는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은 ‘시카고 타자기’를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다. 잘 만든 ‘시카고 타자기’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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