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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채수빈 “여러 색깔 가진 배우 되고파…‘역적’ 장녹수 役도 OK!”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과 김유정을 아련하게만 쳐다봤던 채수빈은 ‘역적’에서 윤균상과 당당히 눈을 맞췄다. 세자빈으로서 한없이 속으로 삭여야만 했던 감정을, ‘서방’이라는 외침에 모조리 쏟아 부었다. 더욱 성숙해진 감정 표현으로 안방극장을 애절하게 물들였다.

채수빈은 지난 2016년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세자빈 조하연 역을 맡아 남다른 인상을 안겼다. 그러나 종영 후 곧바로 들어간 차기작 때문에 당시 종영 인터뷰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MBC 월화드라마 ‘역적’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채수빈은 무척이나 반가운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배우 채수빈이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종방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역적’은 허균의 소설 속 도인 ‘홍길동’이 아닌 1500년대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 ‘홍길동’을 재조명한 드라마.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다뤘다. 채수빈은 극 중 길동의 연인 가령 역으로 분해 조선시대 여인답지 않은 당당한 면모와 애틋한 사랑으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구르미 그린 달빛’ 이후에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역적’이 끝난 후에는 알아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길동이 색시’, ‘가령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렸다는, 열심히 빠져들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가령이의 기본적인 성격이나 말투, 애교 있는 모습 등은 실제 저와 많이 닮았어요. 그러나 가령이는 저보다 더 용기 있고 당찬 아이에요. 사실 닮고 싶은 부분이 더 많았어요. 두려움도 없고, 자존감 강하고, 용기도 있고 헌신적이잖아요. 저는 이기적이고 겁도 많은 사람이라서요. 대본을 읽으면서 가령이가 참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구르미 그린 달빛’의 하연과 어찌 보면 비슷하기도 하다. 둘 다 사랑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신여성이었다. 물론 다른 점이 더 많았다. 살아온 방식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가령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그에게 김진만 연출은 ‘걱정하지 말라’는 조언을 줬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가령이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성격을 가졌을지 생각했죠.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그런 것 걱정하지 말고 그냥 와서 뛰어다니면 된다고 해주셨어요. 편하게 하는 그 모습이 가령이가 될 거라고요. 촬영을 하다 보니,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애쓰지 않아도 가령이의 감정이 느껴졌거든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덕분에 채수빈은 총 30회 동안 가령이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이전의 경험과 나름의 해석을 더해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노력한 만큼 연기 호평도 많이 받았다. 극에 무리 없이 녹아들었다는 것에서 나아가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도왔다. 모든 촬영이 끝난 후 돌아보니, 유독 본인의 감정이 몰입됐던 장면이 있었다고.



배우 채수빈이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종방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장대에 매달려서 ‘서방’이라고 외치잖아요. 그동안의 작품에서는 감정 연기를 할 때 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감정인지 정리를 계속 했어요. 그런데 가령이를 할 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감정이 훅 올라왔어요. 길동 오빠가 ‘가령아’라고 외치는데 정말 슬펐어요. 1회에도 장대가 나오고 마지막 회에도 장대가 나오는데, 찍을 때마다 감정이 다른 거예요. 막바지에 촬영하면서 가령이의 진심을 느꼈어요.”

촬영은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한 작품을 끝날 때마다 배우는 것이 있다. ‘역적’에서는 감정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남아있지만,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법을 익혔다. 이전 작품에서는 감정이 훅 쏟아지기도 하고, 그만큼 따라오지 않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걱정이 거의 없었다. 감정이 어떤지 생각조차 하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 올라왔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애틋한 드라마죠. 많이 배웠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가령이는 제가 봐도 정말 사랑스러운 인물이었어요. 가령이로 사는 내내 정말 행복했어요. 촬영이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죠.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사랑을 못 받았고, 전 작품인 연극 ‘블랙버드’에서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거든요. 그런 힘들었던 역을 하고 나서 사랑을 받으니까 더욱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팬들의 사랑을 실감하게 됐다. 팬들이 SNS에 와서 ‘잘 봤다’고 댓글을 달아주면 그렇게 뿌듯하고 기쁠 수가 없단다. 본인도 가령이를 사랑했지만, 어쩌면 본인보다 더 가령이를 예뻐해주고, 같이 울어준 분들 덕에 더 찡한 감정을 느꼈다고.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채수빈은 배우로서 목표를 어느 한 분야에 한정하지 않았다.

“다양한 역할을 맡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한정되지 않은, 여러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회가 온다면 힘들고 어두운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최대한 많이 접해보고 싶죠. 그래서 더 작품을 쉬지 않고 욕심내는 것 같기도 해요. ‘역적’에서 이하늬 언니가 맡은 장녹수 역도 어렵지만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말고, 조금 더 나이가 든 다음에요. 워낙 (이)하늬 언니가 멋있게 잘 해내셔서요(웃음).”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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