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사이 중국 메이저 보험사로 도약한 안방보험의 성공신화에 급제동이 걸렸다. 안방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 회장이 최근 중국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방그룹 경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우 회장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각종 정치권 비리 연계설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안방보험 측은 전날 우 회장이 개인적 이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으며 그의 직위를 다른 임원에게 넘겼다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들은 안방그룹 보험사업부를 이끄는 첸핑 회장이 우 회장의 직위를 이어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오후 중국 경제매체 차이징은 온라인을 통해 우 회장이 당국에 연행됐다고 전했지만 수시간 만에 해당 보도 내용이 삭제돼 궁금증이 증폭됐다.
SCMP는 우 회장이 그동안 수차례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 복귀했지만 지난주 말 당국의 조사 이후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10일 안방보험그룹 경영진에 우 회장 연행 사실을 통보했지만 그를 억류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우 회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운동에 타깃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안방보험 조사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 회장의 정치적 후원세력과 왕 서기 간 갈등이 이번 수사의 배경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중국 금융시장이 우 회장의 연행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난 수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인수합병(M&A)으로 급성장한 안방보험의 분명치 않은 지배구조와 정치권 후원 배경에 대한 의혹을 풀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저장성의 소규모 자동차보험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우 회장은 2013년 안방보험 이사장과 총경리에 오른 후 M&A로 급격히 사세를 불렸다. 2014년 미국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19억5,000만달러에 사들였고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며 한국 금융권에서도 큰손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뉴욕 빌딩에 대한 투자계획이 미국 내 이해상충 논란으로 백지화된 사건을 계기로 시장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우 회장의 안방그룹에 대해 조사에 나섰으며 그 배경에는 안방그룹을 후원하는 정치권 고위인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제기돼왔다. 당국의 자본유출 경고에도 무리하게 해외 M&A를 지속한 우 회장이 중국 지도부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도 무성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4월 당국이 우 회장과 민성은행 간 1,000억위안 규모의 불법대출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해 그가 사정당국의 타깃이 됐다는 설에 힘을 실은 바 있다.
한편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안방보험의 회장 억류 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현재까지 보험계약자 보호나 재무건전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특이사항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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