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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뱀사골] 전설 깃든 심연..기암괴석..'신선들의 놀이터'

반야봉-토끼봉서 반선마을까지 계곡

울창한 수림에 암반·깊은 沼 어우러져

천년송 유명한 와운마을엔 전쟁의 상흔

남원 광한루원선 '춘향전' 공연도

뱀사골은 지리산 반야봉과 토끼봉 사이에서 반선마을까지 뻗어내린 골짜기로 9.2㎞의 구간이다. 계곡 곳곳에 기암괴석이 널렸고 깊은 소(沼)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첫 새벽의 여명이 나뭇잎에 튕겨 나왔다.

전날 찾았던 뱀사골을 새벽에 다시 찾은 이유는 탐방로에서 내려다보는 계곡과 하천 바닥으로 내려가서 보는 계곡이 어떻게 다를지, 또 새벽 공기에 젖은 뱀사골은 어떤 향기가 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낮에 들려오던 등산객의 발자국 소리, 두런거리는 말소리는 아직 기침 전이었다. 사위는 고요했고 새 울음소리, 물 흐르는 소리만이 주위를 에워쌌다. 뱀사골의 새벽을 나 홀로 품고 시작한 트레킹은 그렇게 여유로웠다.

남원에서 지리산을 오르는 시작점은 뱀사골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다.

◇계곡 곳곳에 기암괴석=뱀사골은 지리산 반야봉과 토끼봉 사이에서 반선마을까지 뻗어내린 골짜기로 9.2㎞의 구간이다. 계곡 곳곳에 기암괴석이 널렸고 깊은 소(沼)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그곳마다 전설과 전쟁에 얽힌 아픔들이 깃들어 있다.

이 아름다운 계곡의 이름이 뱀사골이 된 것은 뱀이 많아서가 아니다. 1,300년 전 이곳 계곡 입구에는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다. 송림사에서는 매년 칠월 백중날(음력 7월15일) 승려 한 명을 신선바위에서 기도하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이면 기도를 한 승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 승려가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갔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해에 한 승려가 이를 이상히 여겨 기도를 하게 된 동료의 옷에 독을 발라 놓았다. 이튿날 날이 밝아 사람들이 신선바위로 올라가 보자 그곳에 큰 이무기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그 이후 이 계곡은 이무기(뱀)가 죽은(死) 골짜기라는 뜻에서 ‘뱀사골’로 불리게 됐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의 밥이 된 스님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죽은 스님들이 절반쯤 신선이 됐다는 의미로 계곡 앞 마을을 반선(半仙)마을이라고 부르게 됐다.

전설들이 깃들어 있는 만큼 계곡 주변에는 볼거리도 많다. 캠핑장을 지나 데크길을 걸으면 계곡 쪽에 큰 바위가 나오는 데 바위의 이름은 바로 석실이다. 석실은 큰 바위틈에 생긴 작은 공간으로 이태의 자전소설 ‘남부군’에도 등장한다. 빨치산들이 신문과 선전물을 인쇄해 대민공작에 사용하기 위해 작업하던 공간이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와운(臥雲)마을에 당도한다. 구름이 누워 있다는 의미의 와운마을 앞에 있는 요룡대는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와운골과 뱀사골의 물이 합수되는 곳에 있다. 와운마을이 유명한 것은 이 마을에 있는 천년송 때문이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424호로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 초사흘이면 여기서 제사를 지내며 태평을 기원한다.

이곳에 살고 있는 이완성씨는 젊어서 객지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고향인 와운마을로 들어왔다. 몇 해 전까지 이장 일을 맡았지만 이제는 조그만 슈퍼를 겸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주민들이 예전에는 겨울이면 산 아래로 내려가 살다가 봄이 되면 다시 들어왔는데 이제는 겨울에도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와운마을 일대는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인 지난 1970년대에만 해도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었다. 주민들이 화전을 일군 까닭에 비가 조금만 와도 산사태가 일어나고 불어난 물에 사람이 쓸려 내려가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이씨의 부모세대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낮이면 토벌군에, 밤이면 산사람(빨치산)에 시달려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그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전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산길에서 등산객들을 상대로 간단한 음식과 술을 팔거나 양봉을 하고 나물을 뜯어 팔기도 했다”며 “지금의 생활은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산내면 부운리.

이몽룡과 성춘향의 러브스토리가 깃든 광한루원은 빼놓을 수 없는 남원의 아이콘이다.


◇‘남원의 아이콘’ 광한루=뱀사골을 내려오면 남원에서도 볼만한 곳이 많다. 이몽룡과 성춘향의 러브스토리가 깃든 광한루원은 남원의 아이콘이다. 광한루원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전10시 춘향전을 공연하는데 관람료는 없고 그저 광한루 입장료 2,500원만 내고 들어가면 소리와 어우러진 창극을 구경할 수 있다.

남원에서는 해마다 4월이면 춘향제가 열리는데 이것은 박봉선이라는 기생의 덕이다. 박봉선은 일제가 광한루를 훼손하자 전국 권번을 순회하면서 모금을 해 그 돈으로 춘향제를 지내고 광한루도 보수했는데 이게 춘향제의 시작이 됐다.

춘향전은 사람들에게 이몽룡과 성춘향의 러브스토리로 알려져 있지만 남원에는 ‘박색춘향’이라는 또 다른 버전의 설화도 구전되고 있다. 내용인즉 못생긴 춘향이 그네를 타러 나왔다가 이도령을 보고 상사병이 걸렸다는 것이다.

춘향의 어미 월매는 향단이를 앞세워 이도령을 데려와서 술을 먹여 취하게 한 후 춘향이와 합방을 시켰는데 다음날 일어난 이도령이 춘향의 몰골을 보고 달아나 이후 춘향의 병이 깊어져 자살했다는 내용이다. 요천로 1447. (063)620-6752

이밖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전시관도 둘러볼 만하다. 이곳에는 교육장 외에 숙박을 할 수 있는 트리하우스와 산책로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과 함께 또는 단체로 들러 행사를 하기에 적당하다. 운봉읍 운봉로 151 (063)620-5751~4 /글·사진(남원)=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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