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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脫석탄·원전' 방향 옳지만 속도조절 없으면 전력난 불가피"

<서경이 만난 사람>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 위한 '전원믹스 로드맵' 수립 병행 돼야

예산·지원도'친환경'에 집중...'저탄소 경제구조'로 체질 개선

요금에 '환경오염 사회적 비용' 반영 등 에너지 세제 개편 필요

러·몽골 에너지자원 활용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도 검토를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전력 정책에서 환경성·안전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 가치는 안정적인 전력수급인데 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 설비를 확충해 기저발전화(전력거래 우선 급전순위)하는 접근 방식은 다소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 에너지 정책 연구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수장인 박주헌(56·사진) 원장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전력수급 차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새 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우선시하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그린웨이브를 지향하는 에너지 정책은 옳은 방향이라고 봤다. 다만 석탄과 원전 중심의 기존 전력체제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급속히 전환하면 전력수급에 불안 요인이 발생해 국민의 삶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첫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기’의 가동이 18일 자정(19일 0시)을 기해 영구 정지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탈석탄·탈원전 정책의 첫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새 정부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18일 서울경제신문 대회의실에서 박 원장을 초대해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대담=이현호 경제부 차장 hhlee@sedaily.com

박 원장이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전력수급 차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 근거는 설비예비율이다. 새 정부의 공언대로 신규 원전은 금지하고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공정률 10% 미만의 신규 석탄발전을 불허하고 30년 이상인 10기의 노후 석탄발전을 폐지하면 우리의 설비예비율은 -15.6%로 떨어진다. 그럴 경우 위급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설비예비율이 0%이면 발전설비 용량이 최대 전력수요와 동일하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 전력수요의 15.6%만큼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박 원장은 “올해 말 수립되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적정 설비예비율 수준이 확정되면 부족한 공급설비를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 설비 확충을 통해 보완할 수 있지만 전력공급과 관련해 조금의 불안 요인이라도 존재한다면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자칫 에너지 정책 붕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신중한 자세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수급계획상의 불분명한 사항들은 법적·제도적으로 명료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가치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전원 믹스 로드맵 수립이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장은 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에너지 정책 목표로 친환경 투자 촉진을 통한 ‘저탄소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꼽았다. 멈출 수 없는 흐름인 기후변화 어젠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 체계만 바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게 아니고 우리 경제의 운영방식도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원장은 “최근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하며 신기후체제의 추진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지만 미국의 입장변화와 관계없이 우리는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멀리 보면서 지속 가능한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드라이브에 발맞춰 주요 에너지 다소비업종들을 저탄소·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체질 개선할 수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저탄소·친환경 미래 에너지 발굴에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지원과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바뀌면서 일관성 있는 추진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제는 긴 호흡으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장기 플랜을 설계해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에너지 세제 개편도 고려해야 한다고 박 원장은 주장했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해 에너지 관련 세제 개편 계획을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에너지원에는 고율의 세금을,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에너지원에는 저율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제 개편을 통해 환경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에너지 가격에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원장은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에너지 체제 전환에 따른 외부비용 증가 등의 사회적 비용이 반영된 에너지 세제 개편을 추진해 이를 통해 얻은 재원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소외된 지역의 에너지 복지에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완성하기 위한 장기적 대안으로 ‘동북아 슈퍼그리드’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러시아의 수력과 천연가스, 몽골 고비사막의 풍력과 태양에너지 등 풍부한 친환경 에너지자원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면 고압직류송전(HVDC) 방식의 송전망을 기반으로 역내 국가를 연결, 한중일 3개국에 공급한다는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국가 간에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에너지를 필요할 때마다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는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면 전력계통 안정성 측면에서 국내 발전설비 용량의 최대 5%인 5GW 이내에서 수입하면 에너지 안보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축된다면 우리나라는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아도 돼 환경 문제 해소는 물론 관련 산업의 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대규모 협력사업을 통한 동북아 지역의 긴장완화와 같은 정치적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새 정부의 계획처럼 석탄과 원전의 빈자리를 채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현재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용량 비중은 7%. 새 정부는 이를 오는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박 원장은 “현실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그는 다만 “보급 목표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보급 확대에 따른 비용 상승과 계통 안정성 등의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전략이 구사되면 목표 달성은 순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리=구경우·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약력] He is...

△1961년 서울 △1983년 연세대 경제학과 △1985년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1990년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1995년~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2010년 지식경제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2011년 한국석유공사 이사회 의장 △2013년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 원자력분과장 △2014년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급분과 위원 △2015년~ 에너지미래포럼 공동대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2017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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