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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권리장전 내놨지만...구체적 행정조치 없인 '공염불'

대학가, 연대 폭발물 사태 이후

인권구제기구 도입 약속 불구

"택배·커피 나르기 등 고충해소

인권의식 확산 등 전략 필요"

서울 시내 모 대학 대학원생 A씨는 매일 아침 지도교수 책상에 우편물과 커피를 올려놓아야 한다. 설날 아침에 지도교수의 난에 물을 주기 위해 집에서 50분 거리 연구실에 출근했다. A씨는 “거의 교수님 비서 수준이라 졸업 후 비서 일을 맡으면 누구보다 잘할 것”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연세대 폭발물 사태 이후 서울 주요 대학들이 대학원생 권리장전과 인권구제기구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일회적 조치만으로는 대학원생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규범 제정과 함께 구체적인 행정지침과 인권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지난 13일 공개한 ‘2016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인권실태 및 교육환경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수에게 폭언, 욕설 등 인격적으로 모욕을 느끼게 하는 말을 들었다는 학생은 1,222명 중 269명(22%)으로 2년 전 1,488명 중 65명(4.4%)보다 늘었다. 전국 최초로 권리장전을 도입한 KAIST도 지난해 11월 대학원생 1,414명 중 271명(15%)이 교수의 폭언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조사에서 지도교수로부터 폭언을 당한 학생이 1,155명 중 72명(6%)이었던 데 비해 증가했다.

대학원생 대표들은 “인권구제기구나 권리장전은 설립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운용할 구체적 지침을 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선우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인권규범은 가이드라인이 돼줄 수 있지만 현장의 사소한 인권침해 상황까지 일일이 예방하지는 못한다”며 “‘택배는 자기가 가져가자’와 같은 캠페인을 벌이는 등 대학사회에 인권의식을 퍼뜨리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년 동안 인권센터에서 일한 한영훈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다수의 대학원생은 연구실에 누를 끼칠까 염려해 인권센터를 찾지 않는다”며 “형법 처벌까지 가기 전에 인권구제기구나 고충처리위원회가 일상적으로 갈등을 조정하도록 권한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경주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도 “외부 시선이 두려워 실태조사를 꺼리는 대학들이 많은데 진상을 파헤치며 자정작용을 거칠수록 대학사회에 인권 감수성을 학습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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