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반도 비핵화 달성과 평화협정을 중심으로 하는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지만 서울경제신문 자문단인 서경 펠로(fellow)들은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까지 첩첩산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북한과의 대화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지금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방침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평양이 워싱턴만 쳐다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들이 단기에 구체화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또한 “북미 간 긴장관계를 해소하지 못하면 현재로서는 남북 대화가 이뤄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채수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북한은 경제보다 핵을 우선으로 하는데 핵 문제에서 우리와의 대화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북한과 미국 간 대화의 틀을 만드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북한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제환경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경 펠로는 이를 위해 비정치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철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개 등을 포함한 사회·경제·문화·스포츠 교류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고 북한이 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북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안은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2월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 화해와 협력의 분수령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평화를 표방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일본과 중국 정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 선수단도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면서 “분명히 남북관계를 전환시킬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거나 북핵 ‘대화 조급증’에 빠져서는 안 된다”면서 “중장기 실행 플랜을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컨더리 보이콧(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시사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고 있는 점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요인이다. 채 교수는 “중국을 압박해서 경제제재를 강화한다면 북한도 궁극적으로는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실천 의지를 밝히고 군사 분야에서의 신뢰 구축을 언급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두 선언을 남북관계의 이정표로 삼고 있는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이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품어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계승 의지 표명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대화 분위기가 급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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