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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원 쏟아부은 '산학융합지구' 지난해 취업자는 428명뿐

[청년실업, 일자리동맹에 답있다]

<4>지방 기업-대학 산학거버넌스 바꿔야

산업부·KIAT 주도 지역 인재양성-고용선순환 사업

참여 기업수 적고 취업후 처우 불만족에 학생들 외면

국회의원 한마디에 일학습병행 프로젝트 무산되기도

"정부 컨트롤타워 통해 성과 좋은 지구에 지원 집중을"

산학융합캠퍼스로 지정된 전남대불국가산업단지 내 목포대 신해양산업단지 전경. 지방대와 중소기업의 고용 협력을 위해 시작된 산학융합캠퍼스 사업이 제대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영암=백주연기자




넓은 평지에 덩그러니 세워진 학교는 평일에도 학생 그림자 하나 볼 수 없을 정도로 황량했다. 전남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 내 산학융합캠퍼스로 지정된 목포대 신해양산업단지는 건물의 규모와 시설이 무색할 만큼 조용했다. 30분을 넘게 배회하다가 어렵게 만난 조선·해양 관련 전공생 김모씨는 “이 캠퍼스는 외진 곳에 있어 학생들이 카페에라도 가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고 인근의 목포 시내까지 나가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수업이 있는 날에만 학교에 오게 돼 평소에는 적막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산학융합캠퍼스에서 교수님들과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하면서 업체로 갈 수 있다고 해 왔는데 알아보니 연봉이 2,400만원 수준도 안돼 다른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참여 기업이 너무 적고 취업 후 처우가 그다지 좋지 않은 점도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를 위해 지난 2011년 야심 차게 시작한 산학융합지구 사업이 수천억 원의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도하는 산학융합지구는 산업단지 내로 대학 캠퍼스를 이전해 지방대 출신 학생과 인근 중소기업을 매칭함으로써 우수 인력 양성과 고용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 시작됐다.

전남대불산학융합지구의 경우 산업부·지방자치단체·민간기업 등이 지금까지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취업자는 31명에 그쳤다. 정부 예산과 민간 투자의 비중이 평균 5대5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전국 13개 산학융합지구에는 6년간 6,000억원가량이 들어갔지만 취업자는 지난해 428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1,186명에 불과하다.



특히 산학융합지구 캠퍼스는 5년 일몰 사업으로 지난해부터 지원이 끊기는 곳이 나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지원이 마무리되는 곳은 전남대불(목포대)·충북오송(충북대·청주대·충북도립대)·울산(울산대·UNIST·울산과학대) 등 7곳이다. 한 지역의 산학융합원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지원 덕에 운영비 등을 마련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올해부터 예산 지원이 종료된다”며 “당초 예정과 다르게 지구 안에 유치한 기업부설 연구소가 거의 없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산학융합지구 사업이 대학과 산단 내 중소기업 간의 고용 선순환이라는 애초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부처 간 협업 부재와 예산만 따내려는 대학들의 행태가 지적된다. 한 산학융합지구의 원장은 “당초 이 사업은 최소 1,000명 이상의 학생을 이전해야 효과가 있는데 막상 이전한 학생 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융합지구에 참여한 기업의 수도 너무 적어 시너지가 나지 않고 있다”며 “정부 부처별로 산학협력이라는 명목 아래 지원을 따로 할 것이 아니라 거점 지역 위주로 행정과 예산을 집중하면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처별로 협업해 기업과 대학의 참여와 협력을 북돋아도 모자랄 판에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에까지 휘둘리고 있다. 국회의원의 말 한 마디에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2015년 산업부와 고용노동부는 충북오송과 전남대불 산업단지의 기업을 일학습병행제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전남대불산학융합원의 경우 47개 기업 323명의 학습근로자를 발굴해놓았지만 갑자기 국회에서 ‘일학습병행제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해당 사업의 관계자는 “조건에 맞춰 어렵게 기업들을 섭외했는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심사를 나와서는 모든 기업을 일학습병행제 기준 미달로 불합격시켜버렸다”며 “기업들은 이제 정부 사업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위기”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자격 요건에 미달한 지역이 선정되는 일도 있다. ‘2016년 재정사업 심층평가 보고서’의 산업단지 심층평가를 보면 충남 당진 지역은 산학융합지구 자격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지만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른바 ‘쪽지예산’으로 분류되면서 특혜 지정되기도 했다.

정부의 대표적 산학협력 지원 프로그램인 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LINC) 역시 산학융합캠퍼스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년간 약 1조원의 예산을 대학에 투입한 이 사업은 대학이 지역 산업과 협력해 우수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관련 예산을 투입해 협력을 맺은 기업에 대한 취업 성과 등 정작 취업과 관련된 사항은 평가지표에서 제외된 채로 운영됐다. 가족회사 수, 현장실습 참가자 수 등 내세운 실적 역시 뻥튀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링크대학 사업에 선정된 수도권 대학의 한 담당자는 “정부 예산을 받아 산학협력과 관련된 건물을 세우고 교수도 채용했지만 정작 이를 통해 취업률이 얼마나 개선됐는지에 대한 조사는 없다”며 “링크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협력 관계라고 자랑하는 이른바 가족회사가 평균 1,000개라는데 이들 기업에 한 명씩만 보내도 대학 취업난은 해소될 것이라는 점에서 실적 뻥튀기가 심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한 산학융합원의 원장은 “산학융합캠퍼스 등 대학과 기업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금처럼 수조 원의 예산을 두고 교육부·산업부·고용부가 제각각 지원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산학협력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해 취업 연계 등의 실적이 좋은 대학과 산업단지 위주로 지원을 집중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주연·박진용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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