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축소·은폐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재벌회장 손자 A군 부모와 학교 측이 ‘알리바이’ 조작을 시도한 의혹이 나왔다.
19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서울시교육청,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숭의초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서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 수련원의 청소년 지도사 B씨가 “폭력이 발생한 4월 20일 정오께 숙소 방 앞에서 A군과 함께 있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지난달 27일 교육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A군이 학교폭력에 가담했는지 여부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말이 크게 엇갈리는 부분이다. 피해자 측은 A군도 가해자 중 한 명이라고 지목했다. A군 측은 A군이 당시 사건 현장에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가해·피해 학생이 모두 어린 탓에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른인 B씨의 확인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A군의 학교폭력 가담 여부를 확인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B씨의 진술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으로 확인됐다. B씨가 확인서를 내기 전 A군 어머니와 접촉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해·피해 학생의 담임교사는 A군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B씨의 확인서가 교육청에 제출되기 약 10일 전인 지난달 18일 수련원 사장의 전화번호를 건넸다.
당시 담임교사는 전화번호를 주며 ‘재벌회장 손자 어머니로 알려진 관련 학생 엄마라고 말하시면 경계를 풀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담임교사는 수련원 사장에게 연락해 A군 어머니가 전화할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 통화가 이뤄졌는지도 확인했다.
다만, 사장은 언론에 “A군 어머니 전화를 직접 받은 적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서울시교육청은 “A군 보호자가 청소년지도사에게 알리바이 조작을 요청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교 측이 A군이 연루된 또 다른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 않는 등 정상적인 처리절차를 밟지 않은 점을 들며 “A군과 이번 학교폭력 사안이 관련성 없음을 증명하고자 학교 측이 A군 측과 청소년지도사 측 접촉을 알선한 뒤 알리바이를 모의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B씨의 증언과 상반되는 증언도 있다”면서도 “자세한 사실관계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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