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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인피니트 엘 “소유욕·성취욕 강해…부정적 댓글이 성장 원동력”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해내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을 멋지게 완성해내면 더욱 그렇다. ‘군주’에서 인피니트 엘(김명수)의 모습이 그랬다. 단순히 연기력뿐만 아니라 작품에 임하는 자세, 인물에 대한 몰입도 등 전체적으로 성숙해졌다.

지난 13일 종영한 MBC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은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 편수회와 맞서 싸우는 왕세자의 의로운 사투와 사랑을 그린 드라마. 엘은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 세자 이선(유승호 분)대신 궐에 들어가 가짜 왕이 되는 천민 이선 역을 맡았다. 가은(김소현 분)을 두고 세자와 삼각관계를 이루기도 했다.

/사진=서울경제스타 DB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유승호, 김소현과 달리 엘은 아이돌그룹 인피니트로 데뷔했다. 게다가 사극에 도전한 것도 ‘군주’가 처음이었다. 노도철 PD는 앞서 ‘군주’ 제작발표회에서 “엘은 다섯 번 오디션을 보고 제일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데스크에서도 안 된다고 여러 번 말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디션과 미팅을 합쳐서 다섯 번이라고 말씀하신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도 하셨고 대본 리딩도 한 것들을 통틀어서요. 처음 시놉을 받았는데 ‘흑화’라는 말도 나와 있는 데다 극의 흐름상 천민 이선이 죽을 것 같았어요. 이런 캐릭터를 맡기 쉽지 않잖아요. 감정 표현의 폭도 클 것 같아서 연기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천민 이선은 분명 쉽지 않은 캐릭터다. 극의 초반과 후반에서 전혀 다른 눈빛을 한다. 꼭두각시 왕이 된 후 여러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만 했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PD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천민 이선의 위축된 자세 때문에 ‘거북목’이냐는 오명 아닌 오명을 듣기도 했는데, 이 역시 PD와의 캐릭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낸 설정이었다.

“천민이라는 게 사회적으로 위축된 신분이잖아요. 게다가 왕이 되고 나서도 자격지심이 있어요. 대목(허준호 분) 앞에서도 그렇고 진짜 세자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요. 저 사람은 진짜 왕인데 나는 꼭두각시니까요. 그러면서도 스스로 떳떳할 때는 가슴을 펴고 지시를 내리기도 해요. 위축된 모습만 단편적으로 비춰진 것이 아쉽죠.”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르겠냐만, 아쉬운 부분은 더 있다. 흑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분노의 방향이 다소 어긋난 것도 그랬고 인물 설명에 나와 있던 천재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도 그랬다. 가면을 쓰고 촬영했던 것도 아쉬운 것 중 하나다. 그러나 가면 연기는 막상 촬영을 다 마치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단다.

“가면을 쓰니까 다른 표정 연기 없이 눈과 목소리로만 감정과 상황을 전달해야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어떻게 하면 눈빛이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 또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 되는 건지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됐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되게 많이 늘어있는 것을 스스로 느꼈죠. 다음 작품을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진=서울경제스타 DB


엘은 이선에게 자신을 투영했다. 이선을 통해 감정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현대판 이선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입체적인 감정을 가진 이선이라는 인물이 참 마음에 든 눈치였다.

“현대판 이선을 연기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나쁘게 나왔다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착해지는, 변화가 많은 캐릭터도 좋고요. tvN이나 OCN에서 장르물을 하고 싶기도 해요. 사연 있는 캐릭터에 마음이 가네요. 예전에 ‘나쁜 녀석들’도 되게 재미있게 봤거든요. 어쨌든 감정의 폭이 큰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감정이 폭이 크다는 것 외에도 이선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가 또 있다. 이선은 가은을 얻기 위해 올인하는 인물. 엘이 인피니트 활동을 할 때 ‘집착돌’로 불렸던 것과 어느 정도 상통하는 면도 있다. 신기하게도, 실제 엘의 성격 또한 이와 비슷하다고.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한 가지를 목표로 집중하는 성향이 있단다.

“저는 소유욕도 되게 강하고 이뤄내고 싶은 성취욕도 강해요. 인정받고 싶고 칭찬 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그래서 ‘복면가왕’에 나와서 외향적인 것을 가렸죠. 제 틀을 깨고 싶었어요. 가수면 노래를 잘해야 되고 연기자면 연기를 잘해야 되는 거잖아요. ‘군주’ OST에 참여하는 것도 제가 먼저 말씀드렸어요. 기회가 되면 부르고 싶다고요.”

MBC ‘복면가왕’에서는 퍼포먼스뿐만이 아닌 가창력도 겸비한 가수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군주’에서는 연기하는 아이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누그러뜨리고 싶었을 것. 그러기 위해 영화 ‘광해’를 보며 시대적 배경에 젖었다. 그 시대 어조, 톤, 발성에 익숙해지려 했다. 이선이 태어나고 자란 상황, 가은이를 좋아하게 된 과정, 꼭두각시 왕으로서 5년 등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렸다.

“이선 본연의 캐릭터로 보였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가장 큰 칭찬이죠. 제가 뒤로 갈수록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악역은 욕을 많이 먹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본다는 거잖아요. 기분이 좋았죠. 다음 작품에서 맡게 되는 어떤 캐릭터에게도 이름과 성격이 있겠죠. 캐릭터 자체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사진=서울경제스타 DB


배우가 아닌 인물 그 자체로 보이는 것은 대부분의 배우가 바라는 일일 것이다. 물론 그런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호평뿐만 아니라 혹평 또한 달게 받아야 한다. 엘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댓글이 천개가 달리면 천개를 다 본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 수 있고, 또 그런 것을 보고 자기발전을 계속 한다면 최종적으로는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정적인 댓글을 봤을 때 더욱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걸 뛰어넘고 싶어요.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해요. 저에게도 분명히 변천사가 있어요.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 있죠. 목소리 톤도 그렇고 스스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면 뿌듯해요.”

긍정적인 평가를 바라는 만큼 자기 자신에게는 더욱 엄격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한 물고문 장면도 엘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다른 관점에서 하면 더 좋은 신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든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잘했다는 칭찬을 들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연기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있어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앞으로도 앨범 활동과 작품 활동 모두 계속 할 생각입니다. 다만 따로따로 집중을 하려고요. 병행하면 안 좋은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연기를 하면 OST를 부른다든가 하는 정도로만 하고 싶어요. 가수 활동을 할 때는 노래에만, 연기자를 할 때는 연기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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