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1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유로당 1.1831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로 대비 환율이 유로당 1.8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 2015년 1월7일 이후 처음이다. 유로 대비 달러화 가치는 연초보다 11.2%나 빠진 상태다. 이날 엔화 대비 달러 가치도 달러당 110.24엔으로 약세를 이어갔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환산한 달러인덱스는 92.85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연초 대비 9.2% 하락했다.
달러화 약세 흐름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더해 영국중앙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출구전략 가능성,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한 결과지만 ‘러시아 커넥션’으로 촉발된 워싱턴의 정치혼란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약세에 가속도가 붙은 것 역시 앤서니 스캐러무치 공보국장 해임이라는 백악관발(發) 돌발변수와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달러화 추이는 유럽과 일본 등지의 수출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증시를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날 달러화 약세의 여파로 독일과 프랑스 증시는 기업의 실적호조에도 각각 0.37%, 0.73% 하락 마감했으며 최근 상승 흐름을 이어온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0% 오를 때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기업 이익은 4∼5%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회복 효과를 만끽하는 미국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올 상반기 미국 회사채 발행액이 1조달러를 넘어서는 등 회사채 발행잔액이 역대 최고 수준인 8조6,000억달러 규모로 치솟았다며 미국 경제에 부실기업의 과다부채 등 잠재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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