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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브이아이피’ 장동건 “예전엔 경직..이제는 여유롭고 싶다”

“작품 선택하는 데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 ‘브이아이피’는 딱 한 번 읽고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장동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장동건이 ‘우는 남자’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이유다. ‘신세계’ 등 그간 박훈정 감독 작품의 스타일을 선호했다던 장동건은 이번 영화 ‘브이아이피’(V.I.P.)에서의 몰입으로 감독에 대한 신뢰를 쏟아냈다.

장동건은 영화사상 최초로 ‘기획 귀순’을 소재로 한 ‘브이아이피’를 그럴듯한 설정의 신선한 소재의 영화라 생각했고, 스토리만 따라가도 재미있겠다고 여겼다. 캐릭터의 긴장감 또한 좋은 요소로 평가했다. 박훈정 감독의 신 세계관이 그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

장동건은 극중 미CIA로부터 북한 고위층 VIP 김광일(이종석)을 넘겨받은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았다. 김광일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자 사건을 은폐하려 하는 인물이다. 국정원 요원으로서 냉철하고 이성적인 면모부터 딜레마에 처한 후 결정적인 행동을 마음먹기까지 묵직한 내면 연기로 영화의 주축을 담당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브이아이피’ 관련 인터뷰에서 장동건은 ‘잘생김’의 대명사로 사는 기분으로 “이제는 익숙해졌다.(하하) 그냥 이미지인 것 같다. 예전에 황신혜 씨와 함께 ‘컴퓨터 미남’으로 불렸는데 나쁘진 않다”라며 “(잘생겼다고 불리는 데는)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라고 한껏 능청을 떠는 것으로 입을 열었다.

배우 장동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과거엔 외모 극찬에도 극도로 겸손을 표하던 정적인 이미지였다면, 그 몇 년 사이에 농담도 웃음도 한결 많아졌다. 장동건은 “콘셉트를 바꿨다. 예전에는 진심으로 내 외모에 대해 대단한 게 아니라고 얘기한 건데 겸손하게 비춰졌다. 그런 질문을 항상 받게 되니까 이제는 그렇게 답변하는 게 나 스스로도 질리더라”고 터놓았다.

‘브이아이피’에는 네 명의 중심인물이 각 기관의 목적을 가지고 첨예한 대립과 끊임없는 공방전을 펼친다. 북에서 온 VIP 김광일과 그를 둘러싼 대한민국 국정원 요원 박재혁, 경찰 채이도(김명민), 북한의 보안성 공작원 리대범(박희순), 미국 CIA는 국가 기관 간 힘의 역학 관계를 팽팽한 긴장감 안에서 이어간다.

국정원 요원답게 박재혁은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았던 캐릭터다. 이에 대해 장동건은 “‘브이아이피’에는 네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영화가 인물에 집중하지 않고 사건에 집중한다. 그 심리의 변화를 연기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했다. 너무 정석대로 보여줘도 결말에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았다. 감독과 상의하며 조절했다. 처음에는 감정을 최대한 덜어내야 하는 점이 불안하기도 했는데 몇 장면을 촬영하면서 이 영화의 톤과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재혁은 CIA와 결탁하고 VIP 광일을 은폐하는 작전에 가담했던 터라 모범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장동건 특유의 반듯한 이미지가 박재혁의 외양에 묻어나기도 했다. “어쨌든 국정원이라는 조직에 입사한 사람이어서 매너를 알고 있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필드에서 활동을 하다가 본인의 의지대로 사무직을 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 ‘양아치스러움’을 감추고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우는 남자’까지 다소 익숙한 모습의 연기를 하다가 이번에 안 해본 것을 연기하는 게 좋았다”고 말한 장동건은 그간 색다른 역할에 목마름이 있었다고 전했다. “얼굴 때문에 연기에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는데, 외모에서 온 한계는 없었다.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지지 못한다는 걸 아는데, 그런 무모한 욕심이 있는 것과 이제는 그 한계를 인식하고 내 나름의 방식대로 연기를 발전시키는 것의 차이를 깨달았다.”

배우 장동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992년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해 26년차 배우가 된 장동건은 예나 지금이나 ‘미남 배우’의 정석으로 일컬어진다. 물론 이 같은 칭찬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했지만, 장동건은 나이가 들면서 외모보다 다른 면에서 부각되기를 바라고 있다. 3년만의 복귀인데 외모 이야기만 하기엔 그의 연기 열정과 삶을 대하는 유연한 태도, 매력이 너무나 아깝다.

“나도 그러려고 노력한다. 외모가 주는 감흥이 따로 있고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멋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여유롭고 싶다. 이제는 포용력도 생기는 것 같다. 예전에는 경직돼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자체가 진지한 작품도 많았기 때문에 농담하고 장난치면 안 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었다. 지금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많이들 아셔서 농담을 해도 오해의 여지가 줄어든 것 같다.”



요즘엔 가수도 배우도 공백기가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 시대다. 배우들이 1년에 2~3편을 연달아 작업하는 일도 흔해졌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야 차기작 제안도 많아지고 대중에게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동건이 3년 만에 대중 앞에 나서기까지 적잖은 두려움과 걱정도 따랐을 터.

90년대 드라마 ‘우리들의 청춘’ ‘마지막 승부’를 통해 청춘스타로 떠오른 장동건은 영화 ‘연풍연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아나키스트’ ‘친구’ ‘해안선’ ‘태풍’ ‘굿모닝 프레지던트’ ‘마이웨이’ ‘우는 남자’ 등에서 특히 거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왔다. 2005년에는 국내 두 번째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역이 되기도 했고, 해외 협업작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무극’ ‘워리어스 웨이’ ‘위험한 관계’도 선보였다. 다양한 시도만큼이나 성패는 크게 갈렸다.

슬럼프의 시기는 없었는지 묻자 장동건은 “정우성, 이정재, 이병헌이 20대 초반부터 나와 함께 활동하던 배우였는데 현재까지 연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 안에서 각자들 부침이 있었다. 누군가는 그 시기를 ‘한 물 갔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나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성패가 있게 마련이다. 인생에 누구나 오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과거에 ‘내가 왜 그걸 즐기지 못했을까’ 생각한다. 항상 다음을 걱정하고 살았다. 그러다보니 연기하는 게 재미가 없어지는 시기가 오더라. 이제는 그런 시기도 거치면서 더 견고하게 좋은 배우가 될 거라 생각 한다”고 대답했다.

배우 장동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의 태도나 생각이 결혼을 하고서 변화를 맞은 것일까. 많은 배우들이 연기 방법의 전환 계기로 결혼을 언급하곤 한다. 장동건은 2010년 5월 배우 고소영과 결혼한 후 현재 7살짜리 아들과 3살짜리 딸을 둔 아빠가 됐다. 장동건은 일상생활의 변화부터 속 시원히 터놓았다.

“나나 고소영씨나 20대부터 얼굴이 알려진 배우다. 소영 씨는 (사생활 노출) 그런 거에 신경을 많이 안 쓰고 사는 스타일이었다. 성격 탓이었던 것 같다. 나는 배우가 아니었어도 그렇게 경직돼 살았을 것 같다. 예전엔 자의든 타의든 나를 나로 표현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표현이 익숙해지더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까 키즈카페 같은 곳도 가게 되더라. 소영 씨는 아무렇지 않게 다닌다. 나는 연습이 필요했다. 막상 해보니 별일 아니고 좋더라. 사람들이 먼저 알아봐주고 하면 재미있다. 다른 학부모들과 아이 얘기도 나누고 해보니 자유롭게 사는 게 별거 아니더라.”

장동건은 이번 ‘브이아이피’에서 이종석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의 20~30대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종석이 이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놀랐다.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꼭 연기를 해보고 싶은 그 심정을 알 것도 같았다. 내가 ‘해안선’을 하고 싶어서 김기덕 감독을 먼저 찾아갔던 게 생각났다. 그런 갈증이 느껴졌다. 실제로 만났을 때 스스로의 약점, 단점을 다 내려놓는 태도에서 절실함이 보였다. 많이 도와주고 싶었다.”

박훈정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서는 감정의 완급 조절을 배웠다. 스스로만 만족하는 연기가 아닌, 관객 입장에서 고루 만족할 연기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자칫 과잉으로 빠질 수 있는 부분을 경계하는 것도 ‘좋은 배우’가 갖춰야 할 능력이었다.

“시나리오가 너무 쿨했다. 감독님에게 영화를 어떻게 만들 건지 물어보니 ‘스토리 중심으로 하고 배우들의 감정은 많이 거둬내려 한다’고 했다. 박훈정 감독은 현장에서 선택과 집중을 굉장히 잘하는 감독이었다. 감독님은 디렉션이 분명한 스타일이다. 그러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점은 깊이 파고들어 신뢰감이 생겼다. 배우로서 감정을 많이 안 드러낸 것에서의 아쉬움은 없었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든다. 배우들, 퍼포먼서가 자기감정에 몰입돼서 무언가를 할 때, 관객들은 들어가다가 다시 한걸음 물러서게 되는 것 같다고. 이번 영화가 그렇다.”

“이번 현장처럼 편안하게 즐기면서 연기한 적이 드물었다. 김명민이 분위기를 활발하게 해줬다. 배우들이 많아서 편하고 재미있게 연기했다”는 장동건은 복귀작 ‘브이아이피’를 의미 있는 작품으로 두면서 차기작 ‘7년의 밤’ ‘창궐’에도 특별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7년의 밤’은 지난해 5월 크랭크업해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창궐’은 오는 9월 크랭크인 한다. 장동건의 또 다른 면모를 쏟아 부었음을 엿볼 수 있다.

“‘7년의 밤’을 찍으면서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시험해보게 됐다. 일단 여한이 없을 정도로 연기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다. ‘창궐’도 과거에는 선택하지 못했을 영화다. 하지만 최근에 생각이 바뀌면서 영화가 재미있을 것 같더라. 꼭 ‘마블’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관객들도 재미있게 볼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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