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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개념을 바꾸자] 경력 살리고 싶은 노인...월27만원 공공일자리만 늘리는 정부

<중> 고삐 풀린 노인복지...용돈주기식 일자리 그만

1조 쏟아붓는 노인일자리사업 10개중 7개는 공익형

그나마 있는 민간일자리도 간병인 등 인력파견이 고작

"소득·계층따라 다른 수요 고려해 정책 이원화할 필요"





서울에 사는 A(75)씨는 구청의 환경정화활동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일주일에 세 번, 하루 2~3시간 집 근처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주변을 청소한다. 재정형편이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마냥 집에 있기가 무료해 시작한 일이다. 한 달에 30시간을 채우면 22만원을 받는다. A씨에게 8월부터 활동비가 27만원으로 오른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A씨는 “돈을 더 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면서도 “돈을 안 줘도 좋으니 좀 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올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5,232억원과 5,063억원씩 총 1조295억원을 투입해 마련하는 노인일자리 10개 가운데 7개는 이 같은 공익형이다. 2017년 기준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는 모두 46만7,000개이며 그 가운데 공익활동은 33만7,000개로 72.2%를 차지한다. 당초 올해 일자리는 30만7,000개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682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일자리 수를 3만개 더 늘리는 동시에 활동비를 22만원에서 27만원으로 5만원 높였다.

노인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는 민간일자리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노인일자리 46만7,000개 가운데 공익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13만개는 공공 분야인 재능나눔이 4만5,000개(9.6%), 민간일자리가 8만5,000개(18.2%)로 나뉜다.

민간일자리가 꽤 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 가운데 5만4,600개는 실버카페나 반찬가게 등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시장형사업단)이라 엄밀하게 따지면 민간일자리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이를 제외하면 민간일자리는 3만400개(6.5%)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노노(老老)케어, 청소년 선도 등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16개 프로그램, 재능나눔은 노인의 자격·경력 등 재능을 활용한 상담안내·학습지도 등이다. 민간 노인일자리는 사업 지원인 ‘시장형사업단’과 가사·간병인 등의 수요처에 파견하는 ‘인력파견’, 민간기업 노인 인턴의 인건비를 보조해주는 ‘시니어인턴십’, 노인 다수 고용 기업의 설립을 지원하는 ‘고령자친화기업’, 기업과 노인일자리 창출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연계형’으로 구분된다.

관련 예산은 해마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5년 전인 지난 2012년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3,554억원이던 노인일자리 예산은 올해 1조원을 넘어섰다. 증가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공익형 수당을 40만원까지 인상할 방침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실시한 노인일자리 사업 중장기 재정 추계에 따르면 소득 중하위층 노인의 사업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고 모든 노인일자리 지원 단가를 2배로 인상할 경우 5년 뒤인 2022년에는 3조3,704억원, 10년 뒤인 2027년에는 4조2,923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김우주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평가서에서 “일자리 수 확대와 보수 인상이 결합되면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보수를 점진적으로 인상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적 확대만 놓고 보면 사업은 성공한 듯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2만5,000개로 시작한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는 연평균 24.6%씩 늘어났다. 하지만 질을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다수는 노인들에게 용돈을 나눠주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불만이다. 사업 물량이 공공 분야에 치중돼 있어 노인들의 니즈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평가다. 일부 민간기업으로 취업을 유도하는 사업도 있지만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성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시니어인턴십 사업 규모는 올해 6,900개에 불과하다. 계속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금융권 임원으로 퇴직한 B(65)씨는 경력을 살리면서 소득도 올릴 수 있는 시니어인턴십 사업에 참여해 ‘인생 2막’을 꿈꿨다. 하지만 하루 4시간씩 주 5일을 일하고 받은 급여는 월 60만여원에 불과했다. 근무기간도 3개월에 그쳤다. B씨는 “오랜만에 일을 하니 젊어지는 기분이 들고 경험은 늙지 않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면서 “좀 더 일하고 싶었는데 근무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일자리 정책의 대상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이들과 고용 정책의 대상자가 될 이들을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관장은 “50세부터 100세까지를 단일한 노인개념으로 보기 어렵고 소득별·계층별 맞춤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 속에서 저소득층 노인일자리는 국가 복지 영역으로 접근하고 일할 만한 여력과 활동력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 많은 노인들이 민간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고용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산성의 관점에서 공익형 노인일자리는 일자리라기보다 사회부조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정부는 노인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적합 업무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과 달리 노인에게는 안정된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 기회가 중요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노인 고용시장은 유연성을 보다 높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임지훈기자 김민정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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