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투자목표, 낮은 수수료, 다양한 투자처 등으로 고객의 장기투자를 유도합니다”
데이비드 쳐막(David Cermak·사진) 뱅가드그룹 아시아 대표는 27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뱅가드의 투자전략을 이 같이 소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별로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투자 방안을 제하는 고객 맞춤서비스”라고 쳐막 대표는 강조했다.
1975년 설립된 뱅가드는 현재 뮤츄얼 펀드 기준 4조4,000억원 달러로 세계 최대 운용사 중 하나다. ETF운용사로는 글로벌 2위의 점유율이다. 최근 뱅가드를 더욱 주목하게 만든 것은 노후대비 연금펀드 시장에서 주목받는 타겟데이트펀드(TDF)다. 미국 등 글로벌 연금시장에서 뱅가드는 생애주기맞춤형 연금상품이 TDF 1위를 달리고 있다.
뱅가드의 투자철학을 묻는 질문에 쳐막 대표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낮은 수수료’라고 답했다. 지나치게 단순한 답에 뱅가드의 투자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다. 그는 “급하게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수단은 고객의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고객에게 신뢰를 안겨주는 것이 장기투자의 답”이라고 강조했다.
뱅가드는 지난 7월 KB자산운용과 손 잡고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를 활용해 글로벌분산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TDF를 출시했다. 저비용인 ETF와 인덱스펀드로 펀드를 운용함에 따라 고객들의 생애 주기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은퇴 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였다. 쳐막 대표는 “한국의 KB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TDF로 은퇴 이후 투자자들에게 현명한 투자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뱅가드는 최근 홍콩, 중국 등 아시아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부유한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은퇴 이후 플랜을 찾는 니즈가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생각보다 구두쇠”라고 말했다.
뱅가드가 아시아 시장에서 주력하는 상품은 역시 TDF다. 미국에서 최근 15~20년 사이에 TDF 가입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뱅가드 출판물(Vanguard`s publication) ‘How America Saves 2017’에 따르면 TDF 가입자는 2007년 38% 수준에서 2016년 53%까지 늘었다. TDF로 자산 배분을 하는 근로자들은 급격히 증가해 2016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78%가 TDF 펀드로 은퇴 이후를 대비한 자산관리를 하고 있다.
한국시장에선 2000년대 TDF가 출시됐지만, 이렇다 할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자투리 펀드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후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부터 해외 자산운용사들과 손 잡고 위탁 운용 형태로 TDF를 재출시하고 있다. 쳐막 대표는 “TDF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며 “KB자산운용과 손을 잡은 이유는 로컬 자산운용사를 통해 TDF의 장점에 대해 교육도 할 수 있고 우리의 철학이나 노하우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쳐막 대표는 트렌드를 쫓아 상품을 내놓는 한국의 자산운용사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려면 자신들만의 철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쳐막 대표는 “자산운용사는 자신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별로 적절한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비용을 맞춰 투자자들을 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