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반드시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현재 인류를 지배하는 혁신 기업 테슬라, 우버, 에어비앤비는 기술력이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기업입니다. (한국도)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에서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도시재생 사업도 스타트업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도시재생 전문가인 김정후 박사(영국 UCL대 지리학과 펠로 겸 한양대 도시대학원 특임교수)는 7일 서울경제신문이 후원하고 사단법인 도시재생전략포럼이 주최한 도시재생포럼‘스타트UP 도시를 뛰게하라 in JEJU’에서 도시재생과 스타트업이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과 혁신기업의 탄생=김 박사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경제와 환경,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도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스타트업 중에서 혁신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 우버, 에이비앤비다. 4차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이들 기업은 친환경, 공유 등 21세기 도시가 추구하는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으며, 21세기 도시 담론이 없으면 탄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대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들 중에서 4차 산업혁명에 잘 적응하고 있는 곳이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삶의 질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받은 도시들인 취리히, 오클랜드, 제네바, 코펜하겐 등이 속한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 적응 순위도 높게 나타났다. 김 박사는 “4차 산업혁명에 잘 적응하고 있는 국가들은 삶의 질 지표가 높은 곳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유럽의 중소도시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면서 (도시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도 “도시재생은 단순히 건물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 성장과 관련된 새로운 것을 찾는 일”이라며 도시재생에서 스타트업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구하는 도시재생 방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은 “쇠퇴한 도시를 다시 살리고 지역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 특히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이라고 말했다.
◇행정이 풀던 도시문제, 스타트업 역할 커진다=특히 과거 행정으로 해결했던 도시 문제를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도시재생포럼이 열리는 김만덕 기념관이 있는 자리가 과거 제주시의 옛 시가지이고 제주시민들의 온갖 추억과 인간관계가 나이테처럼 쌓여 있는 곳이지만 공항과 신도시 개발에 밀려 많이 쇠퇴했다”며 “주차장과 주거시설을 비롯해 이 원도심을 어떻게 재생할 지 계속해서 고민을 해왔는데 스마트 기술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전혀 다른 차원에서 부족한 기반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도시와 관련된 스타트업 기업들의 특징은 돈이 아닌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제 해결이 1차적인 목적”이라며 “행정이 풀던 문제를 기술이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과거 고도 성장시대와 달라진 패러다임도 도시재생에 있어서 스타트업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박사는 “성장시대에는 위계적인 의사체계를 가진 안정적인 조직이 필요하지만 재생시대에는 변수와 리스크가 굉장히 많아지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같이) 빠르고 작은 조직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 사회의 도시재생 접근 방식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도시재생을 통해 낙후된 지역을 되살려야 하는데 한국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를 영국 런던의 낙후된 동부 지역을 되살린 ‘테크시티’와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구글캠퍼스’를 비교하며 설명했다. 테크시티가 조성되기 전 런던 동부 지역은 런던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범죄율과 질병 발병률이 가장 높고 학구열이 가장 낮아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지역이었다. 김 교수는 “테크시티가 만들어진 지역은 도시재생 관점에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는 쇠퇴 1번지였으며, 테크시티를 조성해 젊은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을 만들거나 운영하는 것을 가르쳤다”며 “반면 한국의 구글 캠퍼스가 들어선 강남은 서울에서 가장 발달한 곳”이라며 도시재생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제주=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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