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첨단산업 분야 대기업을 잇따라 유치하며 산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현대로보틱스의 공장과 본사가 대구에 둥지를 틀면서 이들 기업이 앞으로 물과 로봇 등 대구 미래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업계에서는 이들이 섬유·기계부품 등 전통산업 위주의 산업틀을 첨단산업쪽으로 바꾸는 앵커기업(선도기업)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 선두기업인 롯데케미칼은 11일 대구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물산업클러스터에서 수처리 멤브레인(분리막)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지난해 연 매출 8조3,00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은 현재 사업모델 다각화를 위해 수처리 분야를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선정,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 분야 연구를 시작으로 2015년 삼성SDI의 멤브레인 수처리 기술을 인수하면서 수처리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대구 멤브레인 공장 착공은 수처리사업 본격 진출의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단 500억원을 투자해 멤브레인 생산능력 55만㎡(하루 22만톤 하·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양) 규모의 대구공장을 내년 5월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추가 투자·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물산업클러스터는 환경부와 대구시가 물기업 원스톱지원서비스를 위해 64만9,000㎡ 부지에 조성중이며 현재 16개 물기업이 입주를 확정한 상태다. 이날 기공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롯데케미칼이 물산업클러스터 및 지역 물산업의 확실한 앵커기업(선도기업)이 돼줄 것”이라며 “클러스터를 통해 국내 물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주회사이자 국내 산업용로봇 생산 1위인 현대로보틱스가 대구시대를 열었다. 산업용로봇은 연평균 10%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는 미래산업이다. 현대로보틱스는 대구시대 개막과 함께 연구개발(R&D) 투자 및 영업망을 확대해 2021년 매출액 5,000억원의 ‘글로벌 톱5 로봇종합기업 성장’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현대로보틱스는 4차 산업혁명 대비와 제조업 혁신을 위한 스마트팩토리 보급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로보틱스 대구 공장은 공장 내 각종 생산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생산량을 2배 늘리는 등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동명정기·일성엠텍 등 현대로보틱스 주요 협력사 5곳도 대구로 동반 이전키로 함에 따라 집적화를 통한 원가절감과 공동 연구개발(R&D) 등도 가능하게 됐다.
권 시장은 “물·로봇·전기차 등 대구가 육성 중인 미래산업 분야 국내 기업들이 대구를 주목하고 있고 실제 대구로 이전하는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며 “지역의 산업구조가 첨단산업쪽으로 빠르게 개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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