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전국을살리기운동본부 등 경제민주화 관련 10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공정위 수장이 시민단체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배경을 두고 시민단체 출신인 김 위원장이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주면서 경제민주화에 속도를 더 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부터 다른 한편에서는 넘치는 민원 때문에 앞으로 선을 긋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배경은 시민단체에 선 긋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 여러분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비판이 제기된 상태에서 최근에 여러 계기를 통해 민원이 폭주하는 상황”이라며 “공정위는 민원기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정위는 급증하는 민원 탓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 취임 이전에는 공정위에 접수되는 월 평균 민원 건수가 2,000여건이었지만 올해 8월에는 처음으로 5,000건을 넘어섰다. 시민단체 출신인 김 위원장은 취임 이전 국정 농단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됐고 그 이미지 때문에 “김상조가 ‘을’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이다.
김 위원장 역시 이를 우려해 “분쟁이나 민원을 잘 처리해서 민원이 많이 들어오면 불만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을 거치게 되는 것이 바로 성공의 역설”이라며 “지금 공정위는 성공한 다음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실패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다.
전직 공정위의 한 고위인사는 “민원 기관이 아니라고 하면서 계속 민원을 들어주는 식이라 기업들은 부담이 커지고 공정위가 정작 해야 할 업무를 하지 못할 정도로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며 “정작 중요한 경제력 집중과 관련된 사안은 실태조사, 용역, 태스크포스(TF)로 하겠다고 하는 데 이는 시간을 버는 것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한편 현대모비스가 부품 대리점을 상대로 한 ‘물량 밀어내기’ 혐의를 인정하면서 시정 방안을 제시했지만 “상당 부분 미흡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23개 부품사업소 직원들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부품 대리점들에 ‘임의매출’ ‘협의매출’ 등의 명목으로 정비용 자동차 부품을 일방적으로 할당하거나 구입을 요구했다. 조사를 받던 현대모비스는 해당 혐의를 인정하고 6월22일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하면서 최종 시정 방안을 제출했다. 현대모비스는 다음달 말까지 시정 방안을 보완해 제출하기로 했으며 공정위는 그때 다시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종=강광우·빈난새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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