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과 김아중은 tvN 토일드라마 ‘명불허전’에서 침을 든 조선 최고의 한의사 허임과 메스를 든 현대 의학 신봉자 외과의 최연경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명불허전’은 조선 최고의 침의이자, 임진왜란 한복판을 누비며 침 하나로 수많은 목숨을 살린 실존인물 허임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조선 최고의 침의 허임이 하루아침에 침통 하나 들고 영문도 모른 채 2017년 서울 한복판에 떨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6세기 사람인 허임은 서울이 마냥 낯설기만 하고, 이 와중에 외과 의사 최연경과 만나게 된다.
처음 악연처럼 묶인 이들은 운명처럼 함께 조선과 서울을 오가며 타임슬립을 하는 ‘시간 여행자’가 된다. 처음 조선사람 허임의 서울적응기가 그려졌다면 후반부에는 한의학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는 외과의사 최연경의 ‘임진왜란’을 앞두고 있는 한양 적응기를 그리며 재미와 긴장감을 높였다.
‘명불허전’은 타임슬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여러 드라마에서 숱하게 사용된 만큼 더 이상 신선하기 힘든 ‘타임슬립’을 김남길과 김아중은 뻔하지 않게 살리면서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 속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정남 비담으로 존재감을 입증한 김남길은 이후 ‘나쁜 남자’ ‘상어’ 등의 작품을 선택하면서, 다소 무겁고 어두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섹시한 성인남자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그랬던 김남길이 ‘명불허전’을 통해 한층 가벼워지고 또 능청맞아졌다.
물론 김남길의 코믹연기는 ‘명불허전’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을 통해 물오른 코믹연기를 보여준 바 있었기에, 일각에서는 ‘해적’과 비슷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명불허전’에서 김남길은 단순히 사람들을 웃기게 하기 위해 코믹함을 연출하지 않는다. 김남길이 표현하는 코믹연기는 어디까지나 서울로 떨어진 16세기 조선인이라는 설정 안에, 남친이라는 신조어를 男?;(사내남 베풀친)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처음 타는 엘리베이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등 허임이라는 캐릭터안에서 이뤄진다. 즉 처음이라 겪는 당황스럽고 초조한 눈빛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엉뚱한 행동들을 진지하게 연기함으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의사가 돈을 많이 번다는 말에는 침을 주워 담는 능청스러움도 김남길의 웃음 포인트 증 하나였다.
그렇다고 해서 ‘명불허전’에서 보여주는 김남길의 모든 연기가 ‘코믹’은 아니다.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인 만큼 맥을 짚거나 침을 놓는 장면에서는 세상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을 보여주며, 천출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느꼈던 허임의 상처를 때때로 눈빛을 통해 알리며 한껏 가벼워진 극의 무게를 잡아나간다.
특히 허임의 오열이 담긴 8회에서 김남길의 연기가 폭발했다. 아픈 형을 살려달라는 두칠(오대환 분)의 간곡한 요청에 허임은 결국 침을 들어 딱새를 살려냈다. 하지만 환자를 살린 기쁨도 잠시, 이를 안 병판(안석환 분)은 다시 딱새에게 매질을 하며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이에 허임은 두칠이라도 살리기 위해 자존심을 모조리 내려놓고 그의 앞에 머리를 바짝 조아린 채 목숨을 구걸했다. 두칠을 살리기 위해 오열한 허임은 의원으로서의 무력함과 신분제를 향한 분노, 불운한 운명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한꺼번에 토해내며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김남길이 가벼움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복합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간다면, 김아중은 단단함 속 여린 속내를 보여주며 다중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김아중은 “환자, 보호자와 심리적인 거리를 둔 그녀지만 생명을 살리는 것에는 최선을 다하는 의사로서의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라 여기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최연경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방향성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처음 클럽에서 춤을 즐기던 최연경은 병원에서 급한 환자가 있다는 연락이 오자마자, 집적대는 남자들을 모두 뿌리치고 병원으로 달려가 바로 의사로 돌변했다. 놀 때는 놀고 일할 때는 일하는 프로페셔널한 외과의 면모를 드러내면서 강렬한 인상을 안긴 최연경은 한양에 떨어져도 할 말은 하고, 응징할 때 응징하는 것을 잊지 않는 당당함을 보이며 극을 이끌어 나갔다.
김아중이 최연경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프로페셔널’함과 ‘당당함’이다. 김아중은 “저 사람이 누구든 내 눈 앞의 똑같은 환자다. 의사한테 자격이 필요하지만 환자한테는 아니다”는 말과 함께 상처를 입고 쓰러진 왜군을 치료하는 최연경을 연기하며, 그녀의 ‘의사다운 면모’를 강조한 바 있다. 이후에도 김아중은 서울이든 조선이든 ‘의사 최연경’의 모습을 잃지 않으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당당하고 냉철한 모습만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허임과 함께 타임슬립을 하면서 점점 더 그와 가까워지고, 그에게 마음을 열면서 새침하면서도 코믹한 모습도 선보이는 것이다.
극중 김남길이 연기하는 허임의 감정변화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명불허전’인 만큼, 허임에 비해 아직까지 드러난 사연이 약한 최연경은 임팩트가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한다. 김아중은 이러한 최연경을 섬세하고 꼼꼼하게 연기해 나가면서 여주인공으로서의 긴장감을 이어나가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최연경이 수술을 할 때마다 그를 괴롭혀왔던 트라우마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기억을 되찾은 최연경은 자신의 트라우마가 과거 아버지의 교통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꼈던 최연경은 하라(노정의 분)의 죽음까지 겹쳐지면서 복합적인 충격에 괴로워하는 상황이다. 김아중은 이러한 최연경의 심경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심경의 변화를 촘촘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사실 ‘명불허전’은 ‘완벽한 드라마’라고 말하기에는 설정이라든지, 전개, 그리고 인물간의 갈등을 단순하게 선과 악으로 나누는 등 아쉬운 부분들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불허전’이 안방극장에서 사랑을 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배우들의 연기가 모든 구멍들을 메꾸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명불허전’은 매주 토일 오후 9시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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