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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②] '위험부담↓, 수익성↑'…가요계가 찾은 또 하나의 돌파구 '다인원 그룹'

“멤버 11명과 매니저 2명이 같이 고기를 먹었는데 152만원이 나온 적이 있다. 심지어 배부르게 먹었던 것도 아니다”

이 일화를 전하며 웃음을 자아낸 워너원은 11인조 다인원 그룹이다. 다소 재미있게 표현됐지만 워너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다인원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부대비용 및 팀 유지비용이 발생한다.

엑소/사진=SM엔터테인먼트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등 스태프도 다른 팀보다 2~3배가 필요하고, 차량 역시 2~3대에 나눠 타거나 아예 소형 버스가 동원되기도 한다. 인원이 많은 만큼 하루에 소비되는 식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요계에서 이는 일부 중, 소 기획사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획사들은 여전히 다인원 그룹을 선호한다.

가요계에서 다인원 그룹에 주목하게 된 첫 출발은 바로 ‘차별성’ 이었다. 단순히 노래 하나로 승부를 보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가요계 흐름상, 차별성의 유무는 회사로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물론 팀의 존폐여부까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요즘은 방송,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한 홍보가 요구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영역 역시 장르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가수가 영화나 드라마 등에 출연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배우들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음원을 발표하고 가수로서 활동할 수 있다.

제국의 아이들/사진=스타제국


이와 더불어 대중의 취향 역시 점차 세분화되고 다양화 되고 있다.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향유하는 콘텐츠 역시 각자의 개성에 따라 깊게 파고드는 양상을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제작자 입장에서는 적재적소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필요하게 됐고, 이를 모으다 보니 점차 다인원 구조로 흐르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중에 당신의 취향이 한 명 쯤은 있겠지’라는 우스갯소리가 전혀 틀린 말이 아닌 것처럼, 그룹 내 멤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대중이 원하는 취향과의 접점을 찾아내기가 쉬운 것이다.

실제로, 지금은 해체한 그룹 제국의 아이들은 데뷔 초 낮은 인지도로 인해 팀 이름을 알리는 것이 큰 과제처럼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후 예능에서 활약한 황광희, 드라마에서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 임시완, 박형식 등 멤버들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적어도 대중에게 ‘제국의 아이들’이라는 팀 이름을 알리는 성과는 달성할 수 있었다.

다인원 그룹을 보유하고 있는 한 기획사 관계자는 “멤버수가 많을수록 서로 겹치지 않는 뚜렷한 개성과 다양한 매력으로 팬 유입의 폭이 넓다”고 전하며 “무대 역시 다인원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전체적인 안무 대형이나 특색 있는 안무를 구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인원 구조는 그룹 내 유닛 구성 활용도 역시 높다. 그룹 자체가 주는 매력과 함께 그 그룹 안 유닛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양성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음악콘텐츠의 성공 확률이 소수점에 가까울 만큼 굉장히 낮다. 물론 음악적인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멤버들 개개인이 가지는 특화된 연예기술, 기획력 등이 선호되고 있는 분위기다”고 밝히며 “가령 모델로서의 존재감, 연기자로서의 존재감, 예능 프로그램에 최적화되어 있는 캐릭터 등, 팀이 아니면 팀원이라도 살아남아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생존 전략으로 대두된 것이 다인원 그룹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너원/사진=서경스타DB


수익성 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멤버 수에 따라 ‘N분의 1’로 정산하는 팀 활동 외에도 솔로 및 유닛으로 이어지는 활동을 통해, 회사 입장에서는 위험성은 낮추면서도 한 그룹 멤버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금은 늘어나는 이점을 가진다.

물론, 다인원 그룹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많은 인원이 파트 배분을 하다 보니 그룹 내 메인을 담당하는 멤버를 제외하고는 노래하는 시간이 채 10초가 되지 않는 멤버들도 부지기수다.

때문에 개별 활동이나 유닛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멤버들을 제외하고서는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기억되지 못한 멤버들도 적지 않다. 즉, 같은 팀 내에서도 인기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불어 예전과는 달리 팀을 구성하는 멤버 한 사람이 차지하던 존재감이 다소 퇴색되면서, 언제든 멤버 몇 명이 퇴출되거나, 또 다른 멤버로 대체될 수 있는 위험부담이 뒤따른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다인원 그룹의 등장이 현 가요계가 찾은 또 하나의 돌파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나가면서, 앞으로 다인원 그룹이 어떤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지 앞으로 가요계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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