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통합’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보수 대통합 작업에 착수했다. 통합 시점도 ‘11월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전’이라고 못 박으며 한동안 진전이 없던 양당의 통합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이 전대를 하게 되면 (보수 분열이) 고착화된다”며 “바른정당 전대 이전에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 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사무총장이 공식적으로 시작해달라”고 주문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바른정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한국당에 입당하는 ‘흡수통합론’을 고수했지만 ‘형식에 구애되지 않은 통합’이라는 이날 발언을 통해 사실상 당 대 당 통합 가능성도 열어뒀다. 실제로 홍 대표는 “보수 대통합은 당 대 당 통합이 돼야 한다. 통합 과정에서 요구나 전제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김태흠 최고위원의 발언에 “훌륭한 말씀을 하셨다”고 맞장구쳤다. 통합 작업을 빨리 마무리하고 정기국회 이후 지방선거 조기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통합 시점도 ‘11월13일 바른정당 전대 이전’으로 쐐기를 박고 통합의 대상으로 늘푸른한국당까지도 언급하며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바른정당 보수통합파 의원들은 ‘당 대 당 통합’이라는 명분이 생긴 만큼 즉각 화답하고 나섰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열린토론미래 정례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추석 민심을 보면 국민은 ‘전쟁이 나냐, 안 나는 것이냐’며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보수 야당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을 잘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전대 전 통합 논의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통합파 내 일부 의원은 전대 이전까지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탈당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자강론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대 출마를 선언한 유 의원은 “자꾸 남의 당 전당대회를 방해하는 이런 행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그 영감님은 자유한국당 지지도나 신경 쓰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도널드 트럼프 식으로 말폭탄을 던지는 것이지 아무 의미가 없다”며 “해산해야 할 적폐 정당과 무슨 합당을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철우 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양당 3선 의원 15명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보수 세력 대결집을 위한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추진위원 명단을 이번주 금요일 최고위원회 회의 때 당에 공식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도 지도부에 관련 안건을 전달할 계획이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