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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AI, 상전일까 머슴일까?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퍼스트페이스 공동대표

AI 발전해도 인간 지배 아래 있어

미래엔 기업·국가 생존 키포인트

똑똑한 토종AI 만들기 매진해야





구글의 딥마인드가 만든 새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 제로(0)’가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 리에게 100전 100승을 거뒀다. 신문기사와 세미나를 통해 알려진 AI의 가공할 능력에 이미 주눅 든 인간들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소식이다. 게다가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지도 없이 스스로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데 과연 이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조차 서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자신은 물론 동료 인간들을 위로하기 위해 ‘과학의 오판’을 수사해 보기로 작심했다. 우선 50년 전 과학자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달로 신혼여행을 갈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필자는 아직 달에 가본 적이 없다. 20년 전 과학자들은 “곧 인공심장이 우리 심장을 대신해 천년만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필자는 아직 보조 심장을 구하지 못했다. 몇 년 전 과학자들은 “나노기술로 종이 한 장의 분자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아직도 필자는 분자와 대화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예를 들어가며 AI 역시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한 일부 과학자들의 과장이라거나 AI 회사를 비싼 값에 팔아 치우기 위한 특정 회사의 농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발전 양상이 너무 도도하다. 그렇다고 해도 필자는 단언한다. AI가 우리 일자리를 모두 가로채고 인간이 AI의 지배를 받는 세상은 오지 않으리라고. 마치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이 인간 수백만명의 힘보다 세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다.

어쩌면 10년 후 우리는 각자 AI를 가지고 다닐 것이다.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우리는 AI의 도움을 받으며 결정을 내릴 것이다. 비싼 AI는 구형 AI보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으로 구형 AI를 압도할 것이고 주인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것이다. 똑똑하고 비싼 컨설턴트와 변호사를 고용하는 자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 또 조직 폭력배도 AI를 장착한 ‘조폭 로봇’을 동반하고 으슥한 골목에서 ‘준법 AI’를 지닌 시민 로봇을 제압하며 준법시민의 주머니를 갈취하려 할 것이다. 힘은 약하지만 싸움의 기술을 익힌 준법 로봇은 조폭 로봇의 공격을 피하는 척하며 잽싸게 인간 조폭을 기선 제압함으로써 자기 주인을 지킬 것이다. 똑똑한 무기를 더 많이 지닌 국가가 강대국으로 행세하는 지금과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인자동차 제작 업체들은 향후 교통사고가 사라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오류가 있다. 무인자동차에는 난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AI를 끄고 운전하는 자가운전자들이다. 맞은 편에서 오거나 뒤따라오는 인간 운전자가 어떠한 행동을 할지 완벽하게 예측하지 않는 한 이 세상이 AI의 결정에 따라 돌아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듯 미래에는 AI를 지니고 다닐 것이다. 더 좋은 AI를 원하는 우리는 실리콘밸리 아웃렛에서 구글 AI, 애플 AI, IBM AI를 보며 무엇을 살지 고민할 것이다. 물론 AI 가격은 지금 스마트폰 가격의 몇 배, 몇 십 배에 달할 것이다. 또한 힘센 부자를 위한 특별 주문형 AI도 출시될 것이며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행태도 지속될지 모른다.

결국 아무리 좋은 AI가 나오더라도 인간이 자신의 최종 결정권을 AI에게 넘기지 않는 이상 AI는 인간을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좋은 AI를 보유한 개인·기업·국가는 그렇지 못한 개인·기업·국가보다 우위에 설 것이다. 결국 미래학자가 뭐라고 하든 우리가 할 일은 구글·애플·IBM보다는 늦더라도 우리 ‘토종 AI’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 개인·기업·국가가 생존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모할 때다. 그리고 호들갑 떨지 말자. 기죽지도 말자. 제아무리 똑똑한 AI가 나오더라도 당분간 우리의 비예측적이고 비이성적 행동을 모두 예측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퍼스트페이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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