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후진타오 시기 ‘세계에서 가장 큰 발전도상국’이라는 정체성에서 시진핑 시기 ‘발전 중인 강대국’이라는 정체성으로 변화가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강대국이며 지역적인 차원의 강대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보고는 중국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초강대국의 지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최초로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변화하는 정체성만큼이나 국제적 역할을 변화시키려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진핑이 제시한 중화민족의 부흥과 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 향후 중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도 대북핵 공조를 강화하고 중국 주도하에 한반도 안정방식을 도출하려 할 것이다. 현재 명백해지는 것은 북한은 대단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도록 중국으로부터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강대국인 중국은 더 이상 북한을 전통적인 동맹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중국은 약소국이 강대국의 이익에 손상을 가져올 경우 반드시 이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려 할 것이다.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둘 다 중국의 국익에 반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중 관계다. 중국은 초강대국인 미국과 국제적 주도권을 놓고 전략적 경쟁을 하면서도 동시에 공존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수는 위 사안들에 대한 중국의 손익계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역설적으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과 한반도에서 무력충돌 가능성 증대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인식시켰다. 현재로서는 사드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고 연내 한중 정상회담 개최도 가능해 보인다. 당면한 절박성을 고려할 때 북핵 문제가 한반도 상황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는 판단이 서기 시작한 것 같다. 세 번째 변수는 한국의 정책 향배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해 한중 관계와 사드 문제가 더 꼬인 상황이다. 향후 한국 정부의 정책 향배는 중국의 전략적 선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정부에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미중에 대한 전략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미국과 호혜적인 책임동맹관계를 지속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중국을 적으로 상정한 외교안보 정책은 우리의 역량과 동맹효용을 벗어난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세계적인 강국으로 거듭나려는 중국으로부터의 탈출(China Exit)이 아닌 중국과 더불어(With China) 정책만이 우리 미래 경제성장의 동력을 제공하고 경제역량에 기초해 한미동맹을 견실화 하고 북핵 문제 해법의 실타래를 풀 수 있다.
둘째, 대북 국제공조 유지를 우선순위로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과 공존·공영·평화를 통한 평화적 통일 원칙은 지속 천명해 대내외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의 선택과는 관계없이 핵 개발을 완성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반드시 북한 편인 것만은 아니다. 국제 제재는 북한 경제와 김정은 위원장의 자금줄을 압박할 것이다. 그리고 핵의 실전 배치는 개발 못지않은 비용과 위험부담을 안는다. 북한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현 기조를 유지한다면 내년 중반까지 협상과 대화의 기회가 올 가능성도 다대하다.
셋째, 만일에 대비해 문 정부는 국방개혁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그 방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우리 스스로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과 보복의 의지를 명백히 하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아직도 국방개혁 추진을 위한 제도 개편이나 인력보강이 가시화되지 않는 것을 대단히 우려한다. 한미동맹의 핵우산 확장억제 역량을 공고히 하면서 하루빨리 한국 스스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공세적 대응 및 위협 능력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 논의할 전문가 숙의 과정을 가동해야 한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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