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중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연립여당(자민·공명당)이 과반 의석 확보는 물론 최대 개헌선을 넘기는 의석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베 총리는 이번 총선 승리로 3기 연임에 들어가게 돼 역대 최장수 총리 자리를 예약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최장수 총리로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만큼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대북 외교·안보 강경 기조, 경제·사회 구조 개혁, 아베노믹스 등 주요 정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베 총리가 개헌을 위해 협의해야 할 제1야당의 자리를 호헌(護憲·헌법수호)파인 입헌민주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개헌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NHK 방송은 이날 선거 마감 시간인 오후8시 출구 조사를 발표하고 아베 총리가 대표로 있는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각각 253~300석, 27~36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을 합치면 총 281~336석으로 과반(233석)을 여유 있게 넘겼으며 개헌선(310석·총원의 3분의2)을 확보할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크게 웃돌았다”며 “아베 총리가 연임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당과 협상하게 될 제1야당의 자리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대표로 있는 희망의 당과 리버럴(자유주의)계 정당인 입헌민주당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NHK방송의 예상의석은 희망의 당 38~59석, 입헌민주당 44~67석으로 집계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선거 결과에 대해 “승리를 겸손하게 보고 싶다”며 “(차기 내각에 대해) 신속하게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아소 다로 재무상, 고노 다로 외무상 등이 차기 내각에서도 재신임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측근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에 정부가 특혜를 줬다는 ‘사학스캔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듯한 태도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아베 총리는 잇따른 북한의 도발로 안보를 중시하는 자민당의 지지율이 반등하자 중의원을 해산하는 강수를 뒀다.
이미 90대·96대·97대 총리를 역임한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승리로 98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최대 오는 2021년 9월까지 집권할 수 있다. 그가 2019년 11월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1900년대 초반 가쓰다 다로 총리(11·13·15대)의 기록(2,886일)을 깨고 역대 최장기 재임 총리가 된다.
아베 총리는 추후 정권을 이끌면서 외교·안보에 집중하며 대북 강경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집권 자민당과 정부는 다음달 1일 차기 총리를 뽑는 선거를 진행해 속전속결로 내각을 안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음달 5~7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등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굵직한 외교 이벤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강조해 미국과 안보 공조 심화를 모색, 자국의 국방력을 높이는 명분을 쌓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립여당의 의석이 개헌선을 웃돌 가능성이 있는 데다 희망의 당, 일본유신회 등 개헌에 찬성하는 정당들이 300석대 후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향한 아베 총리의 개헌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이날 “(개헌의) 시기가 아니다”라면서도 “여당만 (개헌안을) 발의하려고 생각하지 않으며 많은 찬성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희망의 당, 유신회와의 제휴에 의욕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전쟁 금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 9조에 조항을 추가해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계획으로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를 필두로 한 개헌세력이 우선 기존 조항과의 충돌을 피하는 방식으로 자위대에 실질적인 군대의 지위를 부여한 뒤 9조의 전면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마이니치신문은 헌법 9조 개정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힌 입헌민주당이 제1야당이 되면 개헌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 총리가 추진했던 경제 정책도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2019년 10월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현 8%에서 10%)분의 사회복지재정 충당을 의회 해산·조기 총선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만큼 아베 총리의 복지 개혁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중의원은 조기 총선으로 ‘일시정지’된 ‘탈시간급 제도 도입’ 등 ‘일하는 방식 개혁’의 핵심 법안들을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완화, 재정 부양을 중심으로 한 아베노믹스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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