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모 중소기업벤처부 기조실장은 지난 1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에서 지적한 제도 개선사항은 가급적 모두 담으려 했다”며 “정책 효과를 지금 판단하기보다는 정책 입안의 진정성과 전체 틀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혁신모험펀드다.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펀드 재원 마련의 구체적 방안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늘어난 공급자금을 투입할 적격 수요를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세부적인 펀드 운용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창업지원의 유동성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적격 대상을 찾기가 어려워 확보한 자금을 소진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투자재원을 흡수할 콘텐츠 기업을 어떻게 발굴하고 10조원의 재원을 어떤 식으로 마련할지 촘촘한 기획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창업 생태계 조성의 무게중심을 민간 부문으로 대거 옮기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창업의 스펙트럼을 다양화하기 위한 고민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벤처기업 인증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 우수인력의 사내벤처·분사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창업실적지표를 대학과 교원평가에 반영해 이공계를 중심으로 한 기술 기반 창업 붐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4대 세제지원 패키지를 도입하고 크라우드펀딩 규제를 완화한 것 역시 민간 영역의 창업지원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한 장치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스톡옵션 비과세 제도가 10년 만에 부활했고 은퇴자나 창업 선배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엔젤투자 소득공제도 확대했다. 또 금융·보험·부동산·도박업을 제외한 전 업종에 대해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도입한 데 이어 벤처법과 창업법 등에 분산된 벤처투자 관련 제도를 벤처투자촉진법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창업-투자-회수’로 이어지는 창업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도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코스닥시장 중심의 자본시장 혁신 방안’을 발표한다.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코스닥을 코스피의 2부리그라고 말하는데 두 시장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좋은 기업이 코스닥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게 성장잠재력 위주로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술 기반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와 이를 통한 원활한 자금 회수를 위해 피인수 벤처·중소기업의 대기업 편입 유예기간을 3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M&A 시 세액공제 요건도 완화해 대기업의 M&A 인센티브도 확대했다.
/박해욱·서민우기자 spook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