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금자리지구에 들어선 천주교 서울대교구 세곡동 성당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성당’을 지향하는 건축물이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살리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나눔의 성당을 만드는 것, 종교건축으로서의 영성을 드러내는 것을 주안점으로 해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서울대교구장은 세곡동 성당을 기존의 성당건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특색 없고 보수적인 계획에서 벗어나 주변 자연환경과 함께 잘 어우러지고 지역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성당 건축으로 건립하고자 했다.
위대한 벽(Great Facade), 성스러운 여정(Divine Promenade), 거룩한 빛(Holy Light)은 세곡동 성당을 표현하는 건축적 주제다. 이들 세 가지 건축적 주제는, ‘위대한 벽’은 성당의 성스러운 영역을 규정하기 위한 솔리드 월, ‘성스러운 여정’은 대성전으로 가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 영적 산책로, ‘거룩한 빛’은 건축적 장치로 연출되는 대성전 내부의 거룩한 빛이라는 구체적인 성격을 담은 공간으로써 표현되었다.
건축적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세곡동 성당의 계획 요소는 빛·나눔·선교다. 우선 생명과 환희의 빛이 충만하도록 계획하여 성당에 오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밝아지는 ‘빛의 성당’을 꾀했다. 특히 대성전에는 목재 루버를 설치해 스테인드글라스의 따뜻한 빛이 첫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돌아서면 빛의 향연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나눔’은 신도들의 생활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에서의 친교를 이루는 것으로, 혼인미사에 최적화된 성당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아름다운 마당을 구성하여 지역사회와 교회, 신도와 신도, 신도와 성직자가 만나는 ‘나눔의 성당’이 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선교’는 성당 공간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기능과 선교를 위한 여러 활동을 담아내는 가변적 공간으로 구체화했다.
심사위원단은 “마음이 밝고 맑아지고 숙연해지는 성당건물”이라며 “진입부에서 성당의 주공간인 대성전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때를 씻게 하고 마음을 비우는 공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대성전·본당 등 주요 실내로 다양한 빛을 끌어들이는 창호 계획은 빛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종교 건축으로써 진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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