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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광군제





1990년대 초 당시 중국 난징대 남자 기숙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밍차오우주(名草無主)’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독신남자들로 가득 찬 곳’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남자를 풀(草)로 지칭하기도 한다. 1993년 가을 어느 날 밤 밍차오우주의 한 방에 모여앉은 4명의 학생은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가 생길까’ 머리를 맞대고 밤늦도록 대화를 나눴다. 며칠에 걸쳐 토론하던 학생들은 결국 다가오는 11월11일 자신들의 처지를 위로하기 위한 모임을 갖기로 뜻을 모았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넘어 세계 최대의 쇼핑 이벤트가 된 중국 광군제(光棍節)의 유래와 관련해 전해지는 유력한 설(說)이다. ‘빛나는 막대기’라는 뜻의 ‘광군’은 숫자 1이 외로이 홀로 서 있는 사람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독신의 처지를 슬퍼하지 말고 자랑스러워하자는 취지다.

중국 유통 업계의 초기 광군제 이벤트는 중소 업체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9년부터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뛰어들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9년 5,000만위안에 불과했던 알리바바 온라인쇼핑몰 ‘티몰’의 광군제 매출은 지난해 1,207억위안(20조2,751억원)으로 2,400배나 뛰었다. 3조3,000억원을 기록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의 6배에 달한다. 올해 티몰의 광군제 매출은 1,520억위안(2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외신들은 예상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광군제는 최대의 온라인쇼핑 이벤트로 자리 잡는 추세다. 특히 그동안 ‘싸구려’로 여겨진 중국 제품이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이날 하루 직구족들의 ‘광 클릭’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런데 광군제를 바라보는 한국 유통 업체들의 속내는 편치 않아 보인다. 1년 넘게 이어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탓에 지난해 수준의 특수조차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전자상거래 무역적자 규모는 1조4,806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체 적자 규모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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