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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새싹인터뷰] ‘죄 많은 소녀’ 이봄,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배우

KBS2 월화극 ’란제리 소녀시대’ 반장 박귀자 역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봄(본명 이지은)은 생명력이 강한 배우다.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계절인 ‘봄’으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나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20대 열정 배우 이봄과의 인터뷰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겁게 진행됐다.

배우 이봄/사진=조은정 기자




배우 이봄 /사진=조은정 기자


● ‘죄 많은 소녀’의 문을 두드린 호기심 충만 배우 이봄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김의석 감독)’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영화 ‘죄 많은 소녀’로 부국제 레드카펫을 밟은 이봄은 ‘죄 많은 소녀’를 인생작으로 언급했다. 작품은 친구의 자살 이후 원인을 찾기 위해 여고생 집단 내에서 마녀사냥에 가까운 일이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양치기들’ ‘잉투기’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파수꾼’ 등 뛰어난 신인들을 발굴해낸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연구과정 10기 작품이다.

“‘죄 많은 소녀’가 제 필모그래피에 올라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게는 정말 감동적이다”고 말한 이봄은 시나리오를 보고 이렇게 궁금증을 일으킨 작품은 처음이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몸이 안 좋아서 고향 대구에 가서 쉬고 있었던 이봄은 ‘죄 많은 소녀’ 시나리오를 보고 ‘아, 이 작품이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5번 이상을 정독했다. 그럼에도 작품을 쓴 작가 겸 감독에게 궁금한 게 많았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추가 오디션 문을 두드렸다.

“김의석 감독님을 만나서 궁금한 것을 정말 많이 물어봤다. 폭풍질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감독님이 하나 하나 너무도 대답을 잘 해주셨다. 그리고 다음에 수정된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렇게 ‘다솜’ 역할로 영화를 찍게 됐다.“

이봄은 ‘죄 많은 소녀들’에 대해 “특별히 악역은 없지만 각자 자기가 살아야 하는 그런 입장을 그린 영화이다”고 소개했다.

“자살 사건이 일어나자, 친구를 추궁하고 누군가 죄인으로 몰린다. 그 친구가 죄를 뒤집어쓰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흐른다. 그 친구 역시 면죄 받으려고 하고, 모든 캐릭터들이 자기 살길을 치열하게 모색한다. 누군가 보기엔 악역으로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을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반대되는 입장은 악역으로 표시되지 않나. 감독님이 경험한 내용을 담아서 그런지 상당히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시나리오의 좋은 느낌이 날 끌어당긴 것 같다.”



배우 이봄


● 잠 못 이루는 밤...“힘을 빼고 연기 하고 싶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분석력이 뛰어난 배우 이봄의 손에 쥐어진 시나리오엔 꼼꼼하게 하나 하나 메모가 돼 있다. “다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메모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시나리오 분석하는 걸 재미있어 해서 ‘죄 많은 소녀’ 작업을 하면서는 밤을 새서 분석했다. 저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걸 즐기는 것 같기도 한다.”

‘죄 많은 소녀’에 함께 나온 서현우 배우에게 그가 던진 질문은 “연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였다. 이에 서현우 배우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밤을 새고 오라. 그렇게 되면 힘이 빠진 진짜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후배는 선배의 말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에 이른다.

“현우 선배 말처럼, 힘을 빼고 연기를 하고 싶었다. 배우가 컨디션이 너무 좋으면 뭔가를 더 하려고 하지 않나. 그렇게 되면 연기를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뭔가 피곤한 상태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주어 진대로 내 몸을 던질 것 같았다. 다른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날을 새고 간 적이 몇 번 있다. 똑같이 상투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나. 어차피 영화 속 상황 안에서 인물들이 스스로를 되게 피폐하게 만들거라 생각했다. 그런 고민이나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지 않을까란 상상도 했다.”

‘죄 많은 소녀’는 배우가 치열하게 연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작품이다. 그만큼 진지했고, 절실했고 특별했다.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촬영하는 내내 ‘내가 연기에 소질이 없나보다. 민폐가 되나보다’ 란 생각이 들어, 현장에서 감독이 OK를 주셔도 성이 차지 않았다. 감독님이 인물의 내면이 ‘맞다’고 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계속 의심해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의 OK컷이 ‘맞아요? 포기한 거 아니죠? 더 안 나와서 그런 건 아니죠.?’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함께 작업한 전여빈 배우는 진지하고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사람으로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분이란 점도 좋았다. 관찰력이 좋으셔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죄많은 소녀’는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되고 되게 많은 배움이 있었던 것 같다.”



배우 이봄


● ‘연기학원’포스터가 결국....‘선생 김봉두’ 아역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사실 이봄은 2003년 영화 ’선생 김봉두’로 데뷔한 아역 배우 출신이다. 양갈래 머리를 한 최애순 역으로 등장해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다.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현재의 그의 모습을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어린 시절 그는 지극히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한다. ‘졸리면 자고 싶다’는 말을 하면 되는데, 그 말을 하지 못한 채 고작 울음을 터트리는 걸로 의사 표현을 하는 아이였다.

이봄은 이란성 쌍둥이로, 어린시절 할머니 손에서 길러졌다. 그렇게 조용한 아이로 자라오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건 학교 담벼락에 붙어있던 연기학원 포스터.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그는 “내성적인 애가 수학학원이나 영어학원도 아닌 연기 학원을 가겠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놀라면서도 ‘그래. 가‘ 라고 허락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으로 자기 의사를 말한 게 바로 ‘연기학원’이었던 소녀에게 펼쳐진 미래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알고 보니 연기 학원은 아역배우를 드라마나 영화에 연결해주는 곳이었다. 조용히 얼버무릴 뿐 대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소녀가 오디션에 합격할리 만무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을 바꿀 마지막 오디션이 펼쳐졌다. 바로 ‘선생 김봉두’ 오디션이었다.

“‘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 귀에 제 대사가 안 들린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여러 번의 오디션 끝에 알게 됐다. 머릿 속에는 오로지 목소리를 크게 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다리는 덜덜 떨리지만 용기가 생겼다. 얼마나 떨었던지 ‘많이 떨려요?’라고 조감독님이 물어봐 주시더라. ”

그렇게 10대 소녀에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하지만 1~2년 정도 배우 생활을 하던 소년은 연기활동을 접고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무엇보다 ‘선생 김봉두’ 장규성 감독의 ‘아역 배우로 쭉 활동하는 것 보단 대학을 연극영화과로 가서 성인 연기자가 되라.’는 말이 그를 움직였다.

“감독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대학교 가서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하는 걸 권했다.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 탈바꿈하는 것도 어렵잖아요. 지금 생각해도 그 조언을 따른 게 잘한 일 같다. ‘선생 김봉두’ 가 아니었다면, 전 절대 연기를 안했겠죠. 장규성 감독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배우 이봄


● 매일 매일 새로움을 느끼며...“항상 옆에 있는 배우로 늙어가고 싶다”



10년이란 시간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놓았다. ‘연기’를 내려놓거나 포기 한 게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의 장래희망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안고 청주대 연극영화과에 진학을 했다. 영화 ‘시간이탈자’, ‘뷰티 인사이드’, ‘소녀괴담’, 드라마 ‘가화만사성’, ‘너를 기억해’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 하며 배우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엔 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와 ‘컴, 투게더’에 출연하며 독립영화계의 블루칩으로 불리기도 했다. 2014년 영화 ‘소녀괴담’을 준비하면서 현재 소속사인 MBG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도 틀었다.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연기 학원에 다녔다. 연기에만 완전히 빠져서 매일 연기학원에서 살았다. 일본 드라마에 빠지면 하루종일 일본 드라마를 보고, 마음이 꽂힌 감독님이 있으면 감독님 전작들을 다 찾아 보고 그랬다. 좋았던 영화는 ‘송곳니’ ‘더 랍스터’ ‘4개월3주그리고 2일’ 등이다. 최근에는 김의석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이자벨 위페르가 나오는 영화 ‘피아니스트’를 인상 깊게 봤다. 이자벨 위페르 배우에 빠져서 다른 영화들도 찾아봤다. 영화를 보다보면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 내가 아직 못 본 영화가 너무 많더라.”

대학교에서 그가 가장 많이 배운 건 ‘새로운 걸 듣고, 새로운 걸 보고, 새롭게 느끼는 것’이다. 그의 호기심은 화수분처럼 퐁퐁 샘 솟고 있었다. 지도교수인 조민기 교수의 말은 그에게 피와 살이 됐다.

“‘오디션은 떨어지려고 보는 거다’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오디션에 갑자기 덜컥 붙어도 문제다. 나는 오디션에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보라고 하셨다. 그러다 교수님이 방귀도 계속 끼다보면 똥이 된다. 오디션도 계속 보다보면 된다고 말하셔서 ‘알겠습니다’고 말했다.(웃음) 교수님의 가르침 대로 매일 매일 새롭게 느끼면서 살고 싶어요. 처음엔 그 의미가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젠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감상에 젖어서 새롭게 보이더라. ”

이봄의 꿈은 ‘항상 옆에 있는 배우로 늙어가는 것’ 그렇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 톤이 하이톤으로 올라가고 입술 끝이 올라 갈 땐, 좋아하는 배우 ‘배두나’에 관해 이야기 할 때이다. 배우가 관객에게 믿음을 준다는 건 그만큼 강력하고 대단했다.

“잘하는 배우보다는, 관객 분들이 봤을 때도 편하게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배두나 배우가 나오면 어떤 작품이든 무조건 믿고 보듯이요. 계속 노력해서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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