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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뿌리 내린 서울시 내 도로포장 공사 ‘짬짜미’

서울 내 공사 면허 보유 업체 10곳 중 8곳 담합

공무원들 뇌물·골프접대 받으며 ‘모른 척’

25년간 담합 있었다는 진술, 경찰 확인 가능 기간만 수사

건설업자와 공무원이 연루돼 약 25년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서울시 내 도로포장 공사 담합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건설업자들은 사설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전에 낙찰가를 조율했고 공무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뇌물을 요구하는 등 불법 관행이 이어졌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로 건설업자 96명, 뇌물수수 또는 직무유기 혐의로 공무원 25명을 각각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이들 중 이른바 ‘팀장 업체’로 담합을 주도하고 업체들을 관리한 박모(45)씨 등 3명과 뇌물을 수수한 서울 한 구청의 도로과 계장 김모(50)씨는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시와 구청에서 발주한 도로포장 공사 611건 총 4,888억원의 도로공사를 낙찰받는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년간 서울시에서 발주한 전체 도로포장 공사비용 6,935억의 70% 달하는 발주 공사를 담합한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시내를 8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하는 등 체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구역마다 ‘팀장 업체’를 두고는 입찰 참여 업체와 실제 시공 업체 등을 결정했다. 발주 전부터 미리 정해진 ‘관내 업체’는 어느 곳이 낙찰을 받든 상관없이 실제 공사를 진행했다. 이때 관내 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낙찰 업체에 공사 대금의 약 8%를 지급했다. 팀장 업체는 공사 대금의 약 5~10%를 관리비 명목 등으로 가져갔다. 팀장 업체 중에는 이런 방식으로 최대 12억원까지 챙긴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시 내에서 포장 공사 면허를 보유한 410개 업체 중 79%에 달하는 325개 업체가 담합하는 등 대규모로 이뤄졌다. 이들은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 회사를 설립해 입찰에 참여했고 사설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리 낙찰 가격을 예측해 서로 비슷한 가격에 입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 시공한 업체는 55개에 불과했으며 담합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은 낙찰 수수료 등을 챙겼다.

구청 도로과 공무원들은 업체들이 담합을 이루고 낙찰받은 업체와 다른 업체가 시공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며 공사 대금의 일부를 뇌물로 요구하는 등 유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에서 공사를 낙찰받으면 압력을 행사하며 공사 포기를 유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 5명은 1인당 최소 150만원에서 최대 4,300만원을 받았고 14명은 골프 접대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993년께부터 담합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2년 이전 공사에 대해서는 정부기관 서류와 업체들의 장부가 보존돼있지 않아 일단 증거확보가 가능한 최근 5년 기간만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수십 년 간 업체들과 공무원이 연루된 뿌리 깊은 적폐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적발된 325개 업체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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