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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콘텐츠의 미래] 연결하라, 통할것이다

■바라트 아난드 지음, 리더스북 펴냄

애플 매킨토시 뛰어난 성능에도

MS 네트워크 효과에 PC시장 고배

아마존·넷플릭스 등 사례 통해

"제품에 대한 맹신서 벗어나라"

디지털 시대 '연결의 힘' 재조명





개인용 컴퓨터(PC)가 각 가정에 자리 잡기 시작한 30여년 전, 애플은 뛰어난 성능과 간편한 사용법, 아름다운 디자인까지 갖춘 매킨토시를 출시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름다운 외관 디자인은 물론 화면 아이콘을 마우스로 클릭하고 조작하는 유저 인터페이스는 당시 나온 PC를 통틀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98% 이상의 사용자들이 모두 마이크로소프트를 택하면서 2004년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1.9%까지 떨어진 것. 최고의 성능을 갖추고도 애플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콘텐츠의 미래’에서 바라트 아난드 하버드경영대학원 비즈니스 전략 교수는 당시 애플의 실패 원인으로 ‘연결관계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한다. 후발주자인 애플은 운영체계(OS)를 선점하고 있던 MS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복할 수 없었는데, MS 이용자들에겐 애플의 퀄리티보다 MS사의 윈도우 시스템을 통한 다른 사용자들과의 의사소통이나 정보 공유가 훨씬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십스테드, 아마존, 월마트, 넷플릭스 등 지난 20여년간 이어진 디지털 변혁 속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콘텐츠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법을 제시한다.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에서 그가 반복해서 풀어놓는 3가지 콘텐츠의 함정은 △사용자들의 공유와 연결 관계 대신 제품의 특징만으로 성공하려는 것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콘텐츠만을 지키려 하는 것 △성공 방정식이 단 하나만 있다고 믿는 것이다. 20세기의 만트라가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핵심제품을 지켜내라”였다면 아난드 교수는 최고의 콘텐츠(제품)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21세기 기업을 패망의 길로 이끈다고 경고한다.

연결관계의 힘은 이베이의 성공에서도 감지된다. 1990년대 말, 이베이가 온라인 옥션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 야후와 아마존은 자신만의 옥션 서비스로 이베이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결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당시 야후는 웹상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 전송량을 자랑하는 홈페이지를 지닌 인터넷 강자였고, 아마존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무료로 거래할 수 있는 옥션 서비스를 제공했는데도 이베이를 이길 수 없었다. 이미 사용자들 사이에선 이베이에선 희귀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았고 이 믿음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연결관계를 확대재생산했던 것이다.





디지털 변혁이 본격화되면서 기성 미디어,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 대다수는 변혁을 늦추고 기득권을 지킬 방법을 궁리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무료로 음악을 들려주는 라디오의 등장부터 불법 음원 다운로드가 횡행하기까지 음악 산업을 궤멸시킬 위협요소가 끊임 없이 등장했지만 음악산업은 건재하고 오히려 성장했다. 이는 라디오의 무료 청취가 앨범 홍보 역할을 하고 불법 음원이 콘서트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는 방증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겉으론 경쟁자, 대체재인 것처럼 보이는 많은 관계가 사실은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오프라인 기반의 월마트에는 온라인 유통이, 온라인 기반의 아마존에는 오프라인 유통이 대체재로 보이기 쉽지만 이들 기업은 각각을 보완재로 활용하며 고정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특히 자사의 물류·보관 시스템을 외부에 개방하며 고정비 부담을 낮춘 아마존의 사례는 제품 연결관계를 통해 위협요소를 유리하게 활용한 예다.

연결 관계는 음악, 신문, 방송, 영화, 책, 교육 등 콘텐츠 분야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애플, 구글 등 ‘연결의 힘’을 체득한 기업들이 자동차, 가전 등 제조업 분야에 침투하며 새로운 연결 관계를 맺고 있다. 상품,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금 저자는 “이제 자신이 누구의 보완재인지가 중요해졌다”며 “자신이 진정 어떤 비즈니스에 속하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콘텐츠 기업의 사례를 주로 분석하고 있으나 디지털 시대에 생존전략을 고민하는 모든 기업에 유효한 참고사항들을 집약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말마따나 남의 성공방정식은 남의 것 일뿐이다. 텐센트의 캐시카우 역할을 한 가상화폐는 페이스북에선 통하지 않았고 월마트의 성공 전략은 미국 내에서만 통했다. 결국 이 책이 주는 최고의 교훈은 ‘왕도는 없다’일 것이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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