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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주거혁명 2030] 미래의 집은 어떻게 바뀔까

■박영숙·숀 함슨 지음, 교보문고 펴냄

교통 발달·일자리 감소 맞물려

소유개념 없는 '노마드' 보편화

1인가구 증가로 소형주택 대세

자동 냉난방·병원 원격진료 등

IoT 접목 스마트하우스도 등장

온난화 닥치면 삶의 터전 위협

친환경 주택 보급확대 제안도





인천 연수구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삼성전자가 구현한 스마트 홈의 주방 모습


‘집’은 언제나 양면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세파의 거친 비바람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집은 우리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안식처다. 한편으로는 집만큼 많은 사람을 한숨짓게 하는 것도 흔치 않다. 대다수 서민은 ‘억’ 소리 날만큼 비싼 집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빛나는 청춘을 갖다 바친다. 평생을 남의 집만 전전하다 다음 생을 기약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집은 우리 삶을 옭아매는 족쇄이자 일생을 짓누르는 바윗덩어리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주거혁명 2030’은 짧게는 10년, 멀게는 100년 후 인류의 삶을 내다보면서 집의 의미를 새롭게 고찰해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저자인 박영숙은 글로벌 미래연구 싱크탱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한국 지부 대표로 ‘세계미래보고서’, ‘인공지능혁명 2030’ 등을 지은 인물이다. 공동저자인 숀 함슨은 암호 화폐인 스위치 토큰을 발행하는 미국 토큰커먼스 재단의 기술개발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소(小)챕터만 80개가 넘는다. 대부분의 챕터가 2~3쪽에 불과하며 길어야 5쪽 안팎에서 마무리된다. 마치 모자이크 조각을 떼 붙이듯 당장 닥칠 내일에서부터 머나먼 미래까지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달려가다 보면 어느덧 주거의 앞날에 대한 커다란 벽화 하나를 손에 쥐게 된다. 교통의 발달과 일자리 감소, 부동산 거래 절벽 등이 맞물리면 직장을 찾아 세계 곳곳을 전전하는 ‘노마드(유목민)’가 보편화하면서 주택 소유의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어쩐지 부채의 위세에 짓눌린 우리에게 한 가닥 위안을 건네기도 한다.





책은 집과 주거의 미래를 3단계로 나누어 소개한다. 가장 먼저 향후 10년 정도의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가 겪을 주택 시장의 변화를 다룬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면 급속한 고령화로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학자 해리 덴트의 전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한국의 45~49세 인구가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가 이어지는 ‘인구 절벽’이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집의 핵심 구매층인 40대 인구가 줄어들면 ‘부동산 거래 절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이와 함께 비혼 인구와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거주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소형 주택으로 몰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두 번째 단계는 21세기 중반에 일어날 혁신적인 기술의 발달로 바뀌는 집의 모습과 역할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집안에 침투하면 날씨에 따라 스스로 냉난방과 가습·제습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물론 웨어러블 의료기기가 수시로 거주자의 건강을 체크한다. 필요하면 병원의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책은 “집이 마치 가족의 일원처럼 거주자를 돌보는 ‘스마트 하우스’가 등장하면 고독사와 같은 비극은 사라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3단계의 핵심 테마는 기후변화다. 저자는 21세기 후반 기후 온난화가 닥치면 삶의 터전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늘날 높은 집값 때문에 울상 짓는 우리의 고민은 후손들이 마주해야 할 위기와 비교하면 지극히 사소한 것이라는 얘기다. 책은 태양광 에너지 등을 적극 활용한 친환경 주택 보급을 늘려 온난화를 저지하거나 최소한 지연시키자고 제안한다.

물론 거슬리는 부분도 없지 않다. 공동 저술의 형태로 챕터들을 남발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중복되는 내용이 튀어나온다. 과감한 생략과 가지치기가 있었다면 빠른 스케치로 한 발짝씩 미래에 다가서는 구성의 묘(妙)가 더욱 빛을 발했을 것 같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해법을 담은 책이라기보다 ‘주거’를 테마로 인류의 삶을 그려보는 미래예측 보고서에 가깝다는 점이 어떤 독자에게는 단점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 1만5,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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