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이 아닌 사람이 귀신을 쫓는 기도를 해준다고 속여 돈을 받은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한 액운을 쫓기 위해 골프공에 피해자의 이름을 적어 골프채로 치는 행위 또한 전통적인 무속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24일 김용덕 대법원 1부 주심 대법관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56·여)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전부 유죄 취지로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A씨가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아니며 피해자를 만나기 전 기치료를 해 본 경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A씨가 귀신을 쫓는 기도를 해준다거나 골프공에 이름을 적어 골프채로 쳐 액운을 쫓는다며 돈을 받은 행위는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 행위로서 허용되는 한계를 벗어난 사기”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기도를 통해 정신적인 위안을 받은 사정이 있어도 돈을 받기 위해 A씨가 내세운 명목에 현혹되거나 속은 결과”라고 판단했다.
A씨는 정신분열증을 앓는 아내에게 씐 귀신을 쫓는 기도를 해준다며 B씨를 속여 2006년 1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총 1억889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기도 외에도 골프공에 이름을 적어 골프채로 치는 수법으로 액운을 쫓아 준다며 B씨를 속였다.
검찰 조사를 통해 A씨는 간호조무사로 일하거나 마사지업소에 근무한 경력만 있을 뿐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3년 12월 갚을 의사가 없으면서도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고 속여 B씨에게서 2,000만 원을 빌린 혐의(사기)도 받았다.
1·2심에서는 “A씨가 실제 기도행위를 했고 피해자도 심리적인 위안을 얻었다”면서 갚을 의사 없이 2,000만 원을 빌린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속인이 아닌 자의 기도행위 등은 사기행각’이라고 판단해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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