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놓고도 공동성명도, 기자회견도 갖지 않겠다고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관련 ‘3불(三不)’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얘기다. 사드가 중국에 전략적으로 불리한 환경을 초래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북핵에서 비롯된 것이고 북핵사태 해소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망정 한국에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 북핵 아래 한국은 무방비 상태로 지내라는 말인가. 우리 국민들은 이 같은 중국의 태도에 대해 ‘대국이 졸렬하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이에 따라 일본이 중국을 떠나 인도·베트남 등 동남아로 갔듯이 한국도 중국에서 벗어나 동남아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동남아를 방문하면서 이를 강조했다. 우선 동남아 중에서도 베트남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사한 역사와 민족성을 지녔기 때문인 듯하다. 현지에서 베트남 정부의 기획투자부 기업개발총국 중소기업 지원센터(북부지역)에서 자문관으로 3년간 활동하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책을 낸 정덕기 작가로부터 두 권의 책을 추천받았다. ‘굿모닝 베트남(정덕기 지음, 생각나눔 펴냄)’과 ‘베트남, 잊혀진 전쟁의 상흔(이용준 지음, 한울 펴냄)’이다.
‘굿모닝 베트남’은 베트남에서 살아온 작가가 보고 느낀 베트남의 기후와 환경, 풍습과 종교, 역사와 문화, 시시콜콜한 일상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여행지로서 베트남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내면과 사람들의 생각을 그렸다. 베트남이 필요로 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베트남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자세가 무엇인지, 나아가 베트남과 한국과의 장기적인 바람직한 협력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정 작가는 “베트남은 우리에게 특별한 기회다. 다행히 우리와 모습도, 풍습도, 음식도, 어원도 너무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부록으로 유교·불교·한자권 등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우리와 같은 어원의 많은 베트남 말도 소개한다.
‘베트남, 잊혀진 전쟁의 상흔’은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 참사관으로 근무했던 이용준 작가가 부임기간의 경험과 기억을 풀어쓴 책이다. 책은 2000년의 역사를 통틀어 끊임없는 외세 침략에 한번도 강대국에 평화를 구걸한 적이 없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섣부른 타협을 하지도 않았고 강대한 적국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어느 나라의 힘을 빌리려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 작가는 “베트남을 우리보다 30~40년 뒤떨어진 나라로 보지만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친 전승국이자 자력으로 분단을 극복, 통일했다. 범죄가 거의 없고 3모작으로 식량이 풍부하며 훼손되지 않은 긴 해변으로 관광자원이 풍부하다”고 소개한다. 그는 또 “베트남을 과거 우리의 자화상으로 삼아 경제 성장에서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지, 얻은 것은 무엇인지 인간의 기본적인 삶과 행복의 관점에서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환기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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