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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문상도 드라이브스루 시대





1930년대 미국 금융거점도시 중 하나였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독특한 방식의 은행 점포가 생겼다. 그랜드내셔널은행이 운영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방식의 입금 전용 창구. 고객이 차를 타고 와 승차한 채 별도로 설치된 창구를 통해 은행 상주 직원에게 현금을 건네면 입금해주는 식이다. 당시는 무장한 갱단이 설치던 시대여서 안전을 위해 창구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다.

이 창구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신통찮았지만 부유층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에서 직원에게 돈을 건네는 행동이 ‘멋있어 보인다’는 것. 우리가 흔히 아는 드라이브 스루 영업의 시초다. 음식점에 도입된 때는 1947년. 미국 스프링필드의 ‘레드자이언트햄버거’에서 시작됐다. 이 가게는 미국 최초 대륙횡단 고속도로인 ‘루트 66’에 위치한 덕분에 접근성이 뛰어나 금세 지역 명물이 됐다.



지금과 거의 흡사한 주문 접수 방식을 사용했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이 가게가 성공을 거둔 후 드라이브 스루는 텍사스 등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인기를 끌며 빠르게 북미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웬디스가 1969년, 맥도날드가 1970년대 도입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에 드라이브 스루가 상륙한 것은 1992년. 맥도날드 부산 해운대점이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전문점·편의점·약국 등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그제 일본에서 문상(問喪)을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장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조문자가 접수대에서 차를 멈춘 뒤 직원이 건네는 태블릿PC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전열식 향으로 조의를 표하면 된다. 차가 도착하면 빈소의 램프에 불이 들어오고 상주는 화면을 통해 문상자가 향을 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장애인, 시간이 빠듯하고 복장을 준비하지 못한 조문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한편으로는 인간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 속을 파고드는 드라이브 스루의 진화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어떤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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