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신입 행원 채용 비리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이 전 행장에게도 어느 정도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은행계 채용비리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구자현 부장검사)는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난 20일 이 전 행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전 행장은 20일 오전 10시께부터 밤 10시30분께까지 12시간이 넘도록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조사 대상에는 당시 우리은행 인사담당 A 본부장과 B 부행장도 포함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은행 주요 고객, 은행 전·현직 고위 인사의 자녀나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경기 안성 우리은행 연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전산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검찰은 당시 우리은행 인사부 소속 팀장 이모(44)씨 등 인사 실무진 3명을 체포해 수사한 뒤 지난달 30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법원은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검찰의 영장신청을 기각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미 이 전 행장이 몇 차례에 걸쳐 서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우리은행의 정점에 있었던 만큼 검찰 조사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 전 행장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검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과 금감원, 다른 은행의 고위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데다 현재 검찰은 금감원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당시 우리은행의 수장이었던 이 전 행장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은행계 채용비리에 최고위급 인사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검찰 수사는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상당 부분 수사의 진척이 있었지만 최종 마무리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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