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새해부터 30대 젊은 발행인 체제로 전환하며 뉴미디어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2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새해부터 NYT 발행인을 맡은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37)는 전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발행인으로부터의 노트’에서 “앞으로 몇 년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변화가) 잉크와 종이로 꿈꿀 수 있었던 것들보다 더 풍부하고 생기 있는 기사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컴퍼니’는 지난해 12월13일 이사회를 열고 당시 부발행인이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를 새 발행인으로 지명했다. 그는 지난 1896년부터 120여년 동안 설즈버거 가문의 가족경영체제로 운영된 NYT의 여섯 번째 발행인으로 직전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66)의 아들이다. 1980년생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브라운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지역 언론에서 기자로 근무하다가 2009년 NYT에 입사했으며 2016년부터 부발행인을 맡았다. 특히 2014년 회사의 디지털 전략을 담은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작성을 주도해 일찌감치 후임으로 낙점받았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이번에 밝힌 취임 일성에서 뉴미디어 시대의 디지털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랙티브그래픽·팟캐스팅·디지털비디오 등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에 투자한 덕분에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예전보다 강해졌다”며 “회사의 좋은 전통을 지키면서 흥미롭게 미래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설즈버거 가문의 아돌프 옥스(1858~1935)가 NYT를 인수한 1896년 상황을 거론하면서 최근 급변하는 언론 환경을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당시 사람들은 기술·경제·사회적 변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양극화된 정치·언론 환경에서 혼란을 겪었다”면서 “이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 기간 이어진 보도 체계가 무너지면서 조직의 인력과 함께 기자들의 야망까지 축소됐고 디지털 플랫폼이 낚시 기사를 양산하면서 언론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고 현실을 지적한 그는 “과거의 우리 선배들처럼 나와 동료들은 이러한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NYT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폄하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NYT의 새 조타수 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망해가는 NYT에 새로운 발행인이 왔다. 축하한다”며 “정당과 종파·이해관계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그리고 한쪽에 치우침 없이 보도하라는 창립자 아돌프 옥스의 정신을 실행할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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