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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마크롱의 '말(馬) 외교'

명마를 선물하는 것은 예로부터 신의의 상징이었다. 14세기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관우의 적토마가 그런 예에 속한다. 적토마는 원래 동탁이 부하 장수 여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로 준 것인데 나중에 조조의 손을 거쳐 관우에게 넘어갔다. 관우가 손권의 부하 마충의 계략에 휘말려 죽임을 당하자 적토마가 다른 주인을 거부하고 굶어 죽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적토마는 원래 중국산이 아니다. 지금의 투르크메니스탄(돌궐의 후예)에서 들여온 한혈마(汗血馬)다. 농경사회인 중원에는 고대부터 하루에 1,000리(400㎞)를 달리고 키가 8척(2.4m)인 적토마 같은 준마가 없었다. 북방 흉노의 강력한 기마 부대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한 게 한혈마다. 실크로드를 개척해 한(漢) 왕조의 최대 전성기를 누린 무제(BC 156~87)가 돌궐과의 말 교역에 실패하자 전쟁까지 치르고 반입했다. 붉은색 땀을 흘린다는 한혈마는 투르크메니스탄이 원산지인 ‘아할테케’라는 품종으로 인위적 교배종이 아닌 순종치고는 아라비아 말과 더불어 세계적인 명마로 꼽힌다.

준마 증정은 비단 군신 사이의 증표만은 아니다. 선린우호 관계를 맺는 외교적 수단이기도 하다. 북방을 호령한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후연을 격파하기에 앞서 남연에 천리마를 보내 뒤탈을 없앴다는 기록이 중국 역사서에 남아 있다. 말의 효용성이 예전만 못한 현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명품을 보유한 투르크메니스탄이 말 외교로 유명하다.



중국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왕실근위대 군마를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했다는 소식이 화제다. 시 주석이 2014년 파리를 방문할 당시 자신을 호위한 기병에 반했다는 얘기를 듣고 준비했다고 한다. 중국의 ‘판다 외교’에 호응하는 기발한 선물외교 뒤에는 역사 코드도 숨어 있다. 2,000여년 전 한무제처럼 준마에 대한 중국 지도자의 각별한 애착을 읽어낸 것이다. 중국 방문 첫 일정을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한나라의 수도인 시안에서 진행한 것도 우연이 아닐 터다. 마크롱의 중국어 발음이 ‘마크렁(馬克龍)’이라는 것까지 공교롭다. 트럼프처럼 핏대를 올리지 않고도 에어버스 100대를 중국에 팔아먹는 프랑스의 외교전략이 돋보인다. /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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