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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교묘해지는 상속, 증여세 탈루수법

페이퍼컴퍼니 세우고 주식가치 0원 처리

1,000억대 재산, 학교에 기부 稅면제 노려

해외자산팔아 생긴 차액 국내 반입하려다가 발각

아파트와 함께 채무도 증여 부모가 빚 대신갚는 수법도





공인회계사 A씨는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50억원을 증여하면서 아들 명의의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한 것처럼 신고했다. 이후 A씨가 사망하자 아들은 페이퍼컴퍼니가 결손 상태인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주식가치를 ‘0원’으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상속세를 탈루했다.

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하는 등 공을 들인 상속세 탈루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인 체납자 1위 역시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은 유지양 전 효자그룹 회장이다. 유 전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1,000억원대 자산을 상속받고 재산을 학교법인에 기부하는 형태를 취했다. 공익재단에 기부하면 상속세가 면제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유 전 부회장은 기부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뒤로는 이면계약서를 작성해 학교법인을 인수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유 전 회장은 100억여원의 상속세를 공제받았지만 결국 꼬리를 잡혔다. 해외 자산에 대한 역외 상속세 탈루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부모의 해외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상속받고도 신고를 누락한 후 해외 재산을 매각해 얻은 차익을 국내에 반입하려다가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증여세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강남 아파트의 꼼수 증여가 다수 적발됐다. 서울에 사는 B씨는 부모가 소유한 강남의 한 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으로 취득했다. B씨와 배우자는 그동안 저축을 한 돈으로 부동산을 샀다고 신고했지만 부친에게 편법으로 증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파트와 함께 채무까지 증여받은 후 채무는 부모가 갚는 방식도 등장했다. 20대 후반의 한 직장여성은 어머니한테 아파트를 증여받기 직전 의도적으로 아파트를 담보로 어머니가 대출을 받게 했다. 대출과 함께 증여를 받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증여세 부담이 줄었는데 결국 대출은 추후 어머니가 메꿨다. 국세청이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관련 탈세 혐의자 조사에 착수해 적발한 인원은 633명, 추징한 세금은 1,048억원으로 대다수가 부모가 아파트를 증여하거나 매입비를 대신 내준 경우였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증여세 탈루를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대기업과 자산가들의 상속세·증여세 탈루 사건이 자주 노출되면서 국세청 등 관계 당국은 상속·증여 비과세 요건을 강화하고 탈세 징수 작업에 돌입해 징수 규모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4년까지는 탈루 된 상속·증여세가 10조원에 달한다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국세청이 칼을 빼 들면서 2015년 기준으로 상속세 신고세액은 2조1,8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32.5% 증가했다. 증여세 신고세액도 2조3,628억원으로 25.8% 증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속·증여세 납부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상속·증여로 연간 60조원가량의 재산이 대물림되고 있지만 상속인 중 세금을 납부한 경우는 1.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08~2016년 사이 상속인 중 상속세를 낸 사람은 전체 상속인 273만 6,796명 중 5만2,607명에 그쳤다. 증여세도 절반이 넘는 54.9%가 면제받았다. 상속·증여자의 납부율이 낮은 까닭은 각종 공제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2억원을 공제해주고 상속인이 배우자이면 5억원 이상의 배우자 공제도 적용받을 수 있다. 증여세도 배우자는 6억원까지 공제해주고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10년간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 이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공제 제도가 늘어나고 복잡해지다보니 ‘탈세와 절세’의 경계가 모호해 합리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경우 자녀에게 ‘쪼개기 증여’를 했지만 세법 상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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