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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채용청탁’ 사소한 문제가 아닌 이유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지난해 하반기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로 떠들썩했다. 강원랜드는 임원, 사외이사, 직원, 외부 관계자, 지역유지, 국회의원 등 여섯 종류의 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청탁자 명단을 관리했다고 한다. 지난 2012년부터 1년간 채용된 신입사원의 95%가 외부 청탁으로 채용됐다고 하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백’으로 채용이 이뤄졌을지 모를 일이다.

채용 비리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취업준비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을 준비하는 ‘공시족’이 연간 25만명에 달하고 공시 준비 학원이 호황을 이루는 우리 사회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국민들에게 분노를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채용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익위는 지난해 11월 ‘공공기관 채용 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채용 비리 신고를 접수해 처리해왔다. 1월23일 기준 662건의 채용 비리 신고가 접수됐고 심층 조사를 위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26건을 포함해 총 387건을 관계기관에 이첩, 송부했다. 지난해 말까지 실시한 특별점검에서는 272개 공직 유관단체 가운데 200개 기관에서 총 989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혐의가 드러난 비리 연루자와 부정합격자에 대해서는 업무배제·퇴출 등의 후속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도 개선도 이뤄질 방침이다. 부정합격자의 채용 취소 근거를 명문화하고 채용 정보 공개를 강화하며 채용 업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특히 권익위의 특별점검 결과 989건의 위반행위 중 23.4%인 231건이 ‘규정 미비’로 확인되는 등 상당수 기관에 직원 채용 관련 규정이 아예 없거나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혁신이 시급하다.



하지만 제도 개선만이 능사일까.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공공연하게 ‘몇 명 뽑는데 나 하나쯤의 청탁은 들어줄 수 있겠지’ ‘윗사람이 뽑으라고 시키는데 나라고 별수 있나’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나 하나쯤이야’라고 쉽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들이 지금의 채용 비리를 만든 것이다.

부정청탁 금지법은 청탁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청탁을 받고 채용 비리에 개입한 공직자는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채용 청탁을 받으면 거절해야 하고 동일한 청탁을 다시 받으면 신고해야 한다. 부정청탁에 대해서는 조금의 사소함도 용납하지 않는다. 고위직과 인사 라인에 대한 청탁 금지 교육이 그래서 중요하다. ‘청탁을 거절할 수 있는 문화’가 궁극적으로 공직자를 보호한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사회 각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기회의 평등’을 대표하는 인사 채용은 무엇보다 공정해야 하는 분야다. 채용 비리 사태는 우리 사회의 공정함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구전(口傳)으로 전해오는 채용 특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채용 비리 근절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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