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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신간] 범죄소설의 계보학 外





사회·정치적 담론 만드는 범죄소설

■범죄소설의 계보학(계정민 지음, 소나무 펴냄)=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풍미한 ‘뉴게이트소설’ 192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등 수 백 년간 다양한 형태로 진화 발전해온 범죄소설은 늘 그 시대의 주요 의제와 맞닿기 위해 분투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소설이라는 점은 추리소설의 문학적 지위를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26년 전 범죄소설에 ‘문학적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계정민 계명대 교수는 “사회적·정치적·문화적으로 뜨거운 담론을 만들어낸 문학적 요충지”로서 범죄소설을 비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영문학 영토 내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범죄소설이 노처녀 탐정 소설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무성성과 보수성을 상징하는 노처녀 탐정은 젠더적으로 안전한 존재가 됐다”며 “노처녀탐정 추리소설의 성공은 추리소설 내에 자리 잡은 젠더 규범의 강고한 지배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1만 8,000원



이탈리아 도시 예술가·작품 소개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서경식 지음, 반비 펴냄)=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의 삶을 조명한 에세이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마르코폴로 상을 수상했던 재일 조선인 작가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교수가 4년간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등 이탈리아 도시에서 다양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을 만나고 생각한 바를 풀어냈다. 20여년 전 ‘나의 서양 미술 순례’로 카라바조, 미켈란젤로 등을 소개했던 저자는 어느덧 60대가 되어 예술 작품을 만난 소회와 늙음의 사유를 버무린다. 비관적이기만 했던 30대 청년의 관점은, 인간의 역사 전체가 그와 비슷한 고통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는 노장의 관점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예술작품이 인간이 유한한 시간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역사 속에 기어코 남기는 흔적이라고 믿는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예술은 어떠한 존재 가치가 있을까. 저자는 “예술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에게 어떠한 가치가 있는가, 라고 중얼거릴 수 있을 뿐이며 이 책은 그러한 ‘작은 목소리’”라고 소개했다. 1만8,000원



현대사 통해 부모의 삶 복원

■인생극장(노명우 지음, 사계절 펴냄)=가족 이외에는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평범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모여 역사가 된다. 당연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진리를 사회학자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직접 실천해보기로 한다. 2015년과 2016년 잇따라 부모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저자는 ‘마지막 인사’로 아버지, 어머니의 자서전을 대신 쓰기 시작했다. 부모의 삶을 따라 진행되는 인생극장에서는 일제 식민지배와 한국 전쟁, 군부 독재, 산업화 등 현대사의 큰 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모의 과거를 상상하는데 그 당시 시대상을 담은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는 값진 재료가 된다. 식민지 국민학생이던 아버지를 떠올리기 위해 영화 ‘수업료’(1940)를 보고 돈 되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던 ‘또순이’를 통해 어머니가 참조했을 당대의 여성상을 짐작한다. 저자의 살뜰한 탐구와 복원으로 완성된 퍼즐은 동시대를 살아간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이자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다. 1만7,800원





무분별한 바다 이용 위험성 경고

■우리를 둘러싼 바다(레이첼 카슨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1962년 ‘침묵의 봄’으로 전세계에 살충제 남용의 위험성을 알렸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1951년 발표한 바다 에세이집. 에코리브르는 앞서 출간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의 가장자리’와 함께 ‘바다 3부작’을 완간한데 이어 카슨 연구가 린다 리어가 엮은 유고집 ‘읽어버린 숲;과 ’센스 오브 원더‘ 등 총 6권의 레이첼 카슨 전집을 발간하기로 했다. 생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50년대 초반 카슨은 해박한 해양학 지식과 철저한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바다와 환경을 어리석게 이용할 경우 닥칠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고 이 책은 환경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1972년 한 신문사 논설위원은 카슨의 글이 끼친 영향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녀가 선택한 수천 개의 단어로 인해 세상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 1만8,000원



20년내 임금제 고용 사라진다?

■직업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베르나르 스티글레르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프랑스 기술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20년 안에 임금제 고용 형태의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중요한 것은 고용과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봉급을 받는 활동이 고용이라면 보수를 받든지 받지 않든지 우리의 가치를 제고하는 활동은 일이다. ‘고용’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일자리는 표준화와 기계적인 반복으로 요약되며 가치의 제고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오히려 인간을 탈진시키는 무관심의 경제를 대체할 ‘기여경제’를 수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의 고도화에 따른 고용의 죽음은 희소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티글레르의 주장대로라면 우리가 파괴해야 할 것은 자동화 기계가 아니다. 정신의 자동화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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