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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역전쟁에는 동맹국 없다"는 트럼프의 엄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중국에 대해 ‘호혜세(reciprocal tax)’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미 흑자국들을 겨냥한 또 다른 관세 폭탄이 될 게 뻔하다. 압박 강도도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한중일 3국을 콕 찍어 “이들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잃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우리에게 왕창 바가지를 씌우고 엄청난 관세와 세금을 매기는 상황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일부는 소위 동맹국이지만 무역에서 그들은 동맹국이 아니다”라는 거친 표현까지 등장했다. 대규모 무역적자를 관세로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에 무역전쟁의 포연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호혜세는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철강 선재에는 40%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안보를 핑계로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이 와중에 등장한 호혜세는 이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표현이자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선전포고다. 개정 협상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예상보다 험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미국의 집중 표적이 된 한국 수출기업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모든 난관을 기업만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간과 정부·유관부처가 힘을 합쳐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무리한 보복조치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적극 대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위기를 경제와 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을 필요도 있다. 인공지능·드론 같은 혁신산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나간다면 외풍이 적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정부는 피로 맺은 동맹도 국가 이익 앞에서는 내동댕이쳐지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직시하고 경제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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