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가 이윤택이 자신을 둘러싼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연 19일 이윤택으로부터 성폭행·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자신을 2003~2010년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한 단원이라고 밝힌 김지현 씨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증언해 주신 것처럼 황토방이란 곳에서 여자단원들은 밤마다 돌아가며 안마를 했었고 저도 함께였다”며 “그 수위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혼자 안마를 할 때 전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5년 임신을 한 뒤 조용히 낙태를 했다. 낙태 사실을 아신 선생님(이윤택)께선 제게 200만원인가를 건내며 미안하단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얼마간은 절 건드리지 않으셨지만 그 사건이 점점 잊힐 때쯤 선생님께서 또 다시 절 성폭행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극단을 나왔지만 병원에서 공황장애 판정을 받아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윤택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15분 전에는 연극배우이자 극단 나비꿈 대표인 이승비씨가 이윤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국립극장의 객원단원으로 공연을 준비하던 당시 연출가이자 그 당시 국립극장 극장장이던 그분(이윤택)이 공연 중인데도 불구하고 낮 연습 도중 저보고 따로 남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이유인즉슨 워낙 큰 대극장이기에 발성연습을 조금만 하자는 거였다”며 “그는 왕이나 교주 같은 존재이기에 남아서 따로 연습에 응했다. 대사를 말하게 하면서 온몸을 만졌다”고 폭로했다. 이씨는 “너무 무섭고 떨려서 제 몸은 굳어져 가고 수치스러움에 몸이 벌벌 떨렸다”며 “결국 제 사타구니로 손을 쑥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해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쳐 나왔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행정실로 찾아가서 모든 얘기를 전했지만 그 일에 관련된 얘기는 듣지도 않고 원래 7대 3이었던 공연 횟수가 5대5로 바뀌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충격에 휩싸여 집에 오는 길에 응급실로 실려갔다. 결국 그날 공연을 못하고 전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그 뒤로 전 신경 안정제를 먹고 산다. 이 무시무시한 일들이 더 이상 저의 후배들에게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남긴다”고 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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