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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기자의 생생과학사] 불로장생의 역사

불로초 찾던 진시황의 후예들

냉각캡슐·머리 이식을 꿈꾸다

진시황




설 연휴 시골에서 어머니 얼굴을 뵈니 부쩍 늙으셨다. 지난해와도 완연히 다르다. 무릎이 아파 몸을 가누시기도 힘겨운데 농사를 지으시는 어머니. “때가 되면 가는 게 자연의 섭리인데 오래 살까 걱정”이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 마음이 무겁다. 언젠가 닥쳐올 부모님과의 이별이 두려운 건 자식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이럴 때 왠지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역사를 추구해온 생명과학에 관심이 간다. 노화를 늦추기 위한 인류의 오랜 소망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의 서복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장생약(불로초)을 구해오라”며 서복을 보낸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제주(당시 탐라국)를 거쳐 오키나와(류쿠국이었으나 1879년 일본에 강제병합)로 떠났다고 한다. 결국 진시황은 국토를 순례하다가 50세에 객사했고 어마어마한 지하궁전에 묻혔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체 구조나 물리적·화학적 생명원리를 밝히는 인체생리학이나 치유를 위한 신약개발 등에 관심을 둬왔다.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BC 384~ 322)는 “심장에 마음과 영혼이 있고 뇌는 심장에서 나온 피를 식힌다”고 주장한 반면 히포크라테스(BC 460~370)는 그 이전 세대임에도 “뇌가 지능과 감정, 운동활동을 관장한다”고 봤다. 이후 로마 황제 주치의인 클라우디오스 갈레노스(129~199)도 “뇌가 생각과 정서, 기억을 조절한다”고 거들었다.

이집트에서 활동한 알 나피스(1213~1288)는 심장과 폐의 구조·순환에 관해 기술했고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뇌를 해부해 구조를 제시했다. 미국 철도노동자인 피니어스 게이지는 1848년 폭발로 쇠막대기가 이마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했는데 처음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가 오히려 회복 과정에서 거짓말과 성희롱을 일삼았다. “전두엽이 충동을 억제하며 인성과 연결된다”는 것을 실증한 셈이다.

영국 하비(1578~1657)는 심장과 혈액운동을 해부학적으로 연구했고 이탈리아 말피기(1628~1694)는 현미경으로 척추동물의 뇌·척수·폐 등의 미세구조를 분석하고 모세혈관과 적혈구를 발견했다. 19세기부터는 생물체가 자율신경계와 호르몬을 통해 외부환경에 대응해 내부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恒常性) 연구가 진행됐다.



생명과학 실험실 장면


20세기 들어 러시아 파블로프(1846~1936)는 타액이 밖으로 나오도록 수술한 개가 사육사 발소리만 듣고 침을 흘리는 ‘조건반사’를 발견했다. 영국 셰링턴(1857~1952)은 뉴런 기능을 발견하며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의 관계와 척수 통합 기능을 밝혔다.

이 같은 연구가 축적돼 오늘날 인간이 뇌가 지휘하고 소화계·순환계·호흡계·배설계 등이 통합 기능하고 신경계와 내분비계가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조절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게리 슈왈츠 교수는 심장이식을 받은 사람이 기증자의 재능이나 성격을 닮는다는 ‘세포기억설’을 주장하고 있으나 학계의 인정을 받지는 못 하고 있다.

심지어 350명 이상의 불치병 환자는 “훗날 깨어나겠다”는 일념으로 영하 196도의 냉각캡슐에 동면해 있다. 이들에게는 얼음을 붓고 재빨리 모든 피를 뽑고 인공 피(극저온 물고기에서 분리한 결빙방지단백질과 북극 효모의 얼음결합단백질 등을 배양)와 특수약물을 넣은 뒤 액체질소로 채워진 캡슐에 담았다. 문제는 해동과정에서 난임치료용 정자·난자·수정란처럼 작은 세포는 괜찮지만 큰 세포는 표면과 내부 온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람 피부, 돼지 혈관·심장판막, 토끼 뇌는 해동에 성공했지만 냉동인간은 체내에 남은 수분이 냉동과정에서 신체를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뇌사자 몸에 전신마비 환자 머리를 이식하려는 시도마저 추진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어머니 말씀대로 인류를 비롯한 우주만물의 생로병사(生老病死) 원리와는 어긋나는 게 아닐까.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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