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고위급 접촉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실무급 차원의 탐색적 대화에는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파견한 고위급대표단에 북한 외무성 내 대미외교 담당인 최강일 부국장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이번 방남 기간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최강일은 지난해 9월 스위스에서 열린 민간 주최 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전직 관료와 대화를 했으며 과거 6자회담의 비핵화, 북미관계 개선 등과 관련한 실무그룹에도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측이 보낸 대표단 지원인원에 통역사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점은 평창올림픽 폐회식을 전후로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 성사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미국 대표단에는 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비공식 수행원으로 포함돼 있다. 후커 보좌관은 지난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협상할 때 수행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미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공식적으로는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경제제재 완화 등을 위해 실무 차원에서 미국에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진다면 현재 상황에 대한 탐색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 간에 대화가 이뤄지면 서로 상대의 의중을 살피는 탐색적 대화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지를 요구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모라토리엄 등의 입장을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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