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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소리 안들리는데…결혼마저 줄었다

작년 결혼 6.1%↓ 역대 최저

30~34세 실업률 4.1%로 늘고

집값 상승 따른 주거난 영향





33살 취업준비생 최모씨는 최근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둘은 5년 넘게 사귀면서 결혼까지 얘기하던 사이였다. 여자친구는 “취직은 나중에 해도 되니 일단 결혼하자”고 했으나 최씨는 거절했다. 여자친구 벌이만으로 가정을 꾸릴 자신이 없었고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번듯한 일자리는 잡힐 듯 잡히지 않았고 최근 한 중견기업의 채용 전형에서 탈락하자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최씨는 사상 초유의 실업난에 결혼도 미루거나 실패하는 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건수는 전년보다 6.1% 감소한 26만4,500건이었다. 결혼 건수는 역대 최저치이고 감소율은 2016년(7.0%)에 이은 역대 2위다.

결혼 건수는 2012년 감소세로 돌아선 후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0.6%, 2013년 -1.3%, 2014년 -5.4%, 2015년 -0.9% 등이며 최근 2년간은 감소율이 크게 뛰었다.

특히 한창 결혼해야 할 연령대의 혼인이 많이 줄었다. 1,000명당 결혼 건수를 뜻하는 일반혼인율은 지난해 12.8건에서 12.0건으로 0.8건 줄었다. 하지만 25~29세 여성은 2.0건이나 줄었고 25~29세 남성과 30~34세 남성 역시 각각 1.0건, 1.1건 감소했다.



결혼이 줄어드는 1차 이유는 청년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데 있지만 재앙 수준의 청년 실업난의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드니 가정을 꾸릴 만한 경제력을 갖추기 힘들고 결혼은 최대한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실업률은 2016년과 지난해 2년 연속 9.8%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30~34세 실업률 역시 지난해 4.1%로 전체 실업률(3.7%)을 웃돌았다. 예전 같으면 직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돈도 한창 모아야 할 나이에 취업준비생으로 지내는 청년들이 상당수 된다는 얘기다. 30~34세 실업률은 2015년 3.3%, 2016년 3.8%, 지난해 4.1%로 악화됐다.

잡히지 않는 집값에 따른 주거난도 결혼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 서울의 1인 청년가구 주거빈곤율은 2000년 31.2%에서 2015년 37.2%로 급증했다. 주거빈곤율이란 화장실이나 부엌이 없는 등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거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가 넘는 인구 비율을 말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니 출산율도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결혼이 늘어날 수 있게 청년들의 경제·주거 여건을 개선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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