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의 최다 득표율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M5S)은 창당 9년 만에 약 34%를 득표하며 단일정당으로는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부상해 파란을 일으켰다.
이날 이탈리아 여론조사기관 SWG가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은 약 35~3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파연합의 주축을 이루는 정당 가운데 북부동맹(LN)은 16%,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하는이탈리아(FI)는 14%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파연합은 이탈리아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반난민정서를 등에 업고 세를 불려왔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탈리아에 있는 60만명의 불법체류 난민은 폭발 위험을 안고 있는 사회적인 폭탄”이라며 이들을 모두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공약으로 민심을 자극했다. 이번 선거로 지난해 초까지 미성년자 성매수와 탈세 등 온갖 추문과 송사에 휘말리며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것으로 예상됐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월 780유로 지급” 포퓰리즘 공약 건
오성운동은 창당 9년만에 최대정당
승리 확정 땐 EU정책 변화 불가피
다만 이번 총선의 주인공은 단연 31세의 루이지 디마이오 대표가 이끄는 오성운동이다. 오성운동은 득표율 약 34%로 단일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업난에 허덕이는 젊은 층과 빈곤층이 많은 이탈리아 남부 표심을 집중 공략해온 오성운동은 이탈리아 국적자 모두에게 월 780유로(약 103만원)씩 주는 기본소득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는가 하면 별다른 대안 없이 기존의 부패한 정치세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포퓰리즘으로 비약적인 도약을 이뤘다.
극우·포퓰리즘이 맹위를 떨치면서 중도 성향의 기성 정치권은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됐다. 현 집권당인 민주당이 이끄는 중도좌파연합은 25~27.5% 득표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대표를 맡은 민주당은 사상 최저 수준인 약 18%를 득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를 확정 지을 경우 난민정책과 대유럽연합(EU) 정책은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1위인 우파연합이 반(反)EU 성항인데다 오성운동 역시 반EU를 기본 기조로 하기 때문이다.
또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는 ‘헝의회’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탈리아 정치권의 관심은 집권연정을 어떤 형태로 꾸릴지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를 누가 맡을지도 관건이지만 연정이 구성되려면 최소 몇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파올로 젠틸로니 현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투표결과 이후 증권시장에서 방코 BPM와 BPER 은행의 주가는 장 개장 후 각각 6.7%, 5%씩 폭락했다. 영국 언론인 익스프레스는 “이탈리아가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EU에 회의적인 국가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우려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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