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북핵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이며 핵확산 방지나 핵 동결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밝혔다.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서 굉장히 많은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과 정오부터 약 100분간 대북특별사절단 방북 결과 등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회동에 여야 5당 대표가 모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가 ‘(오는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서 핵 동결과 탄도미사일 개발 잠정중단으로 합의가 이뤄지면 결코 안 된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당연히 우리의 최종 목표는 핵 폐기지만 바로 핵 폐기로 가는 게 어려울 수 있는 현실적 문제가 있어 핵 폐기 전 단계까지 이런저런 로드맵을 거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에 어떤 프로세스로 가느냐, 과거 사례를 참고해서 가느냐 이런 부분은 우리가 모아야 할 지혜이고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며 “아직 문턱을 넘지 않아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홍 대표는 “핵 동결로 비핵화 문제를 합의하면 국가에 대재앙이 올 것”이라며 목소리 높였다. 유 대표도 “북한이 일시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피하고 군사적 옵션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시간 벌기용 쇼’를 하는 것인지, 이번에는 실제로 비핵화의 길로 나올 것인지 하나씩 확인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조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합의 등은) 정말 중요한 절호의 기회다. 기회를 잘 살려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성사됐으면 한다”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남북 간 합의가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려는 북한의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제재를 완화할 의사가 없고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또 제재 완화에 대한 어떠한 이면 합의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야당 대표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남북대화를 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으니 이해해달라. 천안함 유족이나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은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의 거취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홍·유 대표는 문 특보가 한미동맹을 해치고 있다며 즉각 파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정부 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 무용론’을 제기하자 문 대통령과 홍 대표 간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홍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 개발 시간 벌기용으로 판명이 나면 정말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그렇다면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되받아쳤다.
한편 문 대통령은 추·조 대표가 개헌 논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지금 국회에서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하다. 다른 대선 후보도 지방선거 때 개헌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국회가 하는 게 우선이지만 국회가 안 하면 어떻게 할 거냐. 그래서 정부가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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