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지난해 자금을 대거 끌어모았던 상장지수펀드(ETF)의 괴리율도 커졌다. ETF의 괴리율이 커진 것은 실제가치와 가격 간 차이가 커진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베트남·인도 등 신흥국 펀드의 대안으로 주목받은 신흥국 ETF 괴리율이 높은 수준을 나타내 손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332개 ETF 중 괴리율이 1% 이상을 기록한 날이 가장 많은 종목은 ‘KINDEX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합성)’로 연초 이후 괴리율이 1% 이상 벌어진 날이 14일에 달했다. 전체 종목 중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와 ‘KINDEX 베트남VN30(합성)’은 각각 13일, 12일로 뒤를 이었다. 괴리율 상위 10개 종목 중 총 8개가 신흥국에 투자하는 ETF로 나타났다.
괴리율은 ETF가 실제로 거래되는 시장 가격과 순자산가치(iNAV) 간 차이를 말한다. ETF의 괴리율이 커졌다는 것은 실제가치와 동떨어지게 거래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향후 기준가 조정으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 있다. 예컨대 특정 ETF 종목의 괴리율이 -4%일 경우 자산가치 대비 거래가격이 4% 낮게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투자자가 보유 ETF를 매도한다면 자산가치보다 4%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ETF의 괴리율은 코스피150 등 국내 증시 벤치마크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도 나타난다. 여러 주식이 담긴 지수를 추종하다 보니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지수가 포함하고 있는 개별 종목의 주가를 실시간으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ETF의 경우 동일한 거래시간에 따라 마감 이후 괴리율이 일정 수준으로 조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베트남 등 우리와 장 마감시간이 다른 동아시아 신흥국에서 발생한다. 국내 증시가 마감한 후 해외지수에 투자하는 ETF의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연간 약 570건가량 지수와 상품 가치의 불일치 현상이 발생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격하게 출렁이면서 괴리율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신흥국 증시 낙폭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신흥국 증시가 출렁이면서 개별 종목을 묶어 파는 ETF의 가치 측정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괴리율이 급격히 벌어졌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투자 한도 제한이 생기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증시 과열로 시스템 오류 등이 발생해 가격이 더욱 벌어지기도 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글로벌 증시가 10% 이상 하락한 경우를 분석해보면 이머징시장이 평균 3~4%포인트 더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괴리율 격차가 커질수록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2013년 말부터 국내 ETF는 괴리율이 1%, 해외 ETF는 2% 이상 괴리율이 발생하면 초과사실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괴리율이 6% 이상 발생할 때는 분기별 유동성공급자(LP) 평가에 반영한다. 하지만 ETF가 실시간으로 주가와 연계해 움직이는 만큼 투자자 손실을 막기는 힘들다.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괴리율은 대개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서 발생하는데 중국·베트남 등 증시가 상승하면서도 아직 안정화가 덜 된 국가의 상품이 괴리율이 크다”며 “투자자는 거래소에 공시되는 내용을 수시로 점검해 관련 내용을 고려해 매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