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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철강안보론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무대인 알자스로렌은 17세기 30년전쟁 이후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뺏고 뺏기는 분쟁사로 점철된 곳이다. 소설에서 보듯 보불전쟁(1870년) 승리로 독일에 넘어가지만 1차 대전 이후 프랑스 땅이 된다. 두 나라의 오랜 분쟁은 이곳이 철광석의 보고라는 지리적 특성에서 연유한다. 독일에 비해 천연자원이 부족한 프랑스는 한때 철광석 90%를 알자스로렌에 의존했다.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는 유럽연합(EU)의 탄생이 철강과 석탄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을 막자는 데서 출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52년 프랑스 주도로 독일 등 6개국이 창설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EU의 모태다.

인류의 역사는 철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철기의 등장이 생산력 증대와 군사력 신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대의 정복이라는 개념도 철제무기를 보유하면서 비로소 가능해졌다. 트로이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 문명의 몰락은 그리스 반도를 차지한 도리아인이 무장한 철제무기 때문이었다. 프랑스가 보불전쟁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것도 독일의 철강산업에서 비롯됐다. 독일은 당시의 대량살상무기인 대포 성능 향상에 주력해 포탄을 멀리 보내면서도 깨지지 않는 포신을 만들 수 있는 혁신적 철강기술로 군사력을 키웠다.



예나 지금이나 철강은 국가전략산업으로 통한다. 철강은 모든 제조업의 기초소재다. 철강이 흔히 ‘산업의 쌀’로 비유되는 연유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철강산업의 뒷받침 없이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1960년대 산업화 시절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설립 모토인 ‘제철보국(製鐵報國·철강을 일으켜 나라에 보답한다)’은 철강의 전략적 가치를 함축하는 표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곧 서명할 예정이다. 수입제품 유입으로 자국산업이 황폐화하면 결국에는 안보마저 위협받는다는 논리에서다. 자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문제인데도 남 탓만 하니 고약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안보 운운하지만 국가안보가 아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권안보’ 지키기 아닌가.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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