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덕제가 오달수 ‘미투(Me Too) 사안에 “합리적 의심과 상식적인 변별력을 가지고 짚어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영화계에 미투-운동이 확산되어 뜨겁게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 되지 않고 또 할 수도 없는 제보 글로 인해 오달수라는 배우는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 반발여론을 예상하면서도...조덕제는 왜 오달수를 변론했나?
조씨가 밝힌 입장문을 보며, 공통적으로 느끼는 의문점은 바로 ‘조덕제 배우가 왜 본인 건이 아닌 제 3자인 오달수 배우의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는지?’아닐까. 게다가 얼마 전 오달수 친구분의 호소문 처럼 반발 의견들이 예상된다.
앞서 성추문에 휩싸인 배우 오달수의 친구 김성곤씨가 실명을 밝히며 이번 사태의 후속 취재를 촉구했다. “저는 오달수 친구입니다. 고교 동창생이고 아주 친한 친구입니다.”한 김성곤씨는 “지금의 상황을 접하고 여론의 파도에 휩쓸려 쓰러지는 친구의 모습에 안타깝기 그지 없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래도 방어권 또는 진실에 가까운 후속 취재는 있어야 35년지기 친구로써 가슴에 응어리가 남지 않을 것 같아 글을 쓴다”고 밝혔다.
김성곤씨는 “jtbc는 논란이나 서로의 주장에 다툼에 소지가 있는 사항에 “가해자”라는 단어로 규정지어 버렸다” 며 “엄지영씨 또한 거부하지 못할 강제성에 대한 답변으로 자기가 속한 극단 이야기만 합니다. 그 시절 분위기가 그러 했다고 오달수의 강제성은 나오지도 않습니다.”고 의문점을 지적했다.
김씨의 호소문이 나온 뒤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왜 사건 당사자가 아닌 친구가 나서느냐’고 보는 쪽과 ‘오달수씨 사건을 다시 제대로 취재해야 한다’는 쪽으로 양분 됐다.
조덕제 씨 역시 이번 입장문이 나간 뒤 나올 여론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명확한 가해 정황이 포착된 배우들과 달리 오달수씨 사건은 좀 더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해 보였다”고 목소리를 낸 이유를 밝혔다.
◆ 우리가 응원하는 미투운동의 본질은 무엇인가?
조씨가 이번 오달수씨 사건을 조목 조목 반박하는 이유는 진위여부 확인 없이 ‘미투’ 폭로 이후 바로 범죄자로 몰아가는 작금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피해자의 폭로만 있으면 사실관계는 묵살되는 것이 우리가 응원하는 ‘미투(Me Too)운동‘의 본질은 아니다”고 쓴소리를 냈다.
앞서 조씨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미투 운동은 옳고 그름을 논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정당한 운동”이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미투 운동이 무조건 여성은 피해자라는 강박관념에만 사로잡혀 남성 혐오의 사고를 유발 하는 성문제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오달수씨 사건을 지켜보면서 조덕제는 “미투-운동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어 사회를 밝히는 의미 있는 운동으로 발전하려면 기본적으로 제기된 사건들에 대하여서는 철저히 점검 및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판독 절차가 필요하다” 며 “ 이를 뒷받침할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미투 운동 악용은...“진짜 피해자들에게 까지 씻을 수 없는 죄”
그는 미투 운동을 악용하는 사례가 일어나지 않길 바랐다. “제보자 또한 절대로 거짓이나 과장 , 허위사실을 제보함으로써 자신의 응어리진 사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미투-운동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
“만약 지난날 자신에게 유. 무형의 상처를 입힌 상대방을 괴롭히는 보복의 수단으로 미투-운동을 악용하려는 가짜 피해자들이 있다면 이는 미투 운동 전체에 커다란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수많은 진짜 피해자들에게 까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는 행동이란 점을 절대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어 그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변론할 수 있는 기회나 사죄하고 먼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이 사회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인 것.
그는 “25년 전 일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안고 살아온 상처를 무시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라는 약으로 스스로 치유될 수 없다. 누구든지 한번 입은 마음의 상처는 회복이 어려울 뿐더러 또 다른 감당 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행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가슴시리고 아픈 상처들이 한 두 개쯤은 다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생각만으로도 가슴 아프고 시린 마음의 상처는 결코 시간이 지난 다고 하여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불연 듯 도지며 엄습하는 순간순간의 극렬한 고통과 아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거나 스스로 치유되지 않는 상처이다. 한으로 남아 피해자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투-운동을 악용하려는 몰지각한 가짜 피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투-운동의 본질과 진정한 참 의의를 널리 알리는 보도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했다.
◆ 오달수 ‘미투(Me Too)’를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목소리를 낸 조덕제의 진짜 속내는?
그럼에도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무고한 배우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일지라도, 이번 행동이 ‘조덕제 사건’을 국민들에게 좀 더 긍정적으로 이해 받고자 하는 의미로 비춰질 수도 있지 않겠나?‘ 라고 질문 한 것.
조씨는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오달수씨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질책하고, 합리적으로 의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의견을 나눴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조씨는 “다들 ‘미투’ 관련해서 의견을 내는 걸 조심스러워 하는 사안이란 것도 잘 알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전 제 사건이 터졌을 때 영화계 자체 진상조사를 원했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으로 시시비비를 가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힘들 땐 영화계 쪽에서 나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면서, 동료 배우가 도움이 필요할 때 가만히 있는다는 건 이율배반적인 행동 아닌가. 저의 이런 적극적인 행동을 보고 안 좋은 말들도 나오겠지만 그건 제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일명 ‘조덕제 사건’은 2015년 4월 조덕제가 영화촬영 중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채 A씨의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진 건. 1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한 조씨는 영화계에 자체 진상조사를 요청,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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